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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8일(水)
민심 왜곡이 불러올 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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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너나 할 것 없이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서 국가정책이 꼬이고 있다. 민심 왜곡 남발의 광풍이 초래할 참화가 심히 걱정된다. ‘절대 선(善)’이란 게 있을 수 없는 정책영역에서 섣부른 판단이 자칫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치밀하게 짚어보기나 했을까. 문재인 정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모두 예외가 아니다.

28일 시작된 사회적 총파업 주간은 민주노총 주도로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새 정부에 수북하게 ‘촛불 청구서’를 제출한 단체들이 이제 힘을 동원해 채권 집행에 본격적으로 나선 기류다. 그것도 “지금 당장 이행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래서 30일 총파업 본대회 명칭도 ‘지금 당장’이다. 민주사회에서 누구나 주장과 요구를 할 수 있으나 상식을 넘는 수준이다. 시기·명분 모두 공감을 얻기 어렵다.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지켜야 할 본연의 역할과 권리는 어디까지인가, 우려가 앞선다. 우선 짚을 게 주체의 왜곡 문제다. 촛불 민심을 팔고 있지만, 권리를 통째로 이양한 적 없는 ‘촛불’ 입장에서는 이름이 팔리는 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다양한 계층과 이해집단의 다양한 이익을 밑도 끝도 없이 모두 실행하라는 권리를 이양하지는 않았다. 총파업 앞에 붙은 ‘사회적’이라는 낯선 수식어도 괜한 시민을 끌어들이는 선전전 성격이 짙다. 권력에 공동지분을 갖고 있다고 여기고 동업자 의식을 숨기지 않는 노동계가 새 정부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 견인하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노동계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투쟁에 왜 시민을 물고 늘어지나. 기회의 왜곡도 심각하다. 정부가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유독 노동계의 요구사항은 당장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도 이미 추진을 약속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비정규직 철폐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동전의 양면인가. 역시 ‘국민의 이름’을 내건 정부는 주체의 왜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법외노조 재합법화를 당장 요구하고 있는 전교조가 총파업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연가를 낼 경우, 그동안 같은 사례에 불법이라고 해석해왔던 교육부는 이번에는 코드 맞추기용 눈치를 보고 있다. 고무줄 잣대에 의한 법 적용의 왜곡이다. 민주적 절차의 왜곡도 심각하다. 탈원전 정책 강행과 교육개혁을 내걸고 진행되는 여러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부의 논리가 국내법에 따른 합법적 절차와 민주적 의견수렴 문제라면 이들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마땅하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를 반대하고, 신고리 원전 5·6호 공사 중단에 반발하는 주민과 원자력계의 불만은 “제대로 된 단 한 번의 공론화 자리도, 협의도 없었다”는 데 있다. 수조 원을 투입한 원전 공사에 수조 원을 들여 해체한 뒤 정권이 만약 바뀌어 재추진한다면 또다시 수십조 원이 투입돼야 한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결정한 국가정책을 청와대 지시 한마디 때문에 정해진 목표를 향해 사전 각본에 따른 ‘허상의 공론화’로 해결하려 한다면 엄청난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민심 왜곡부터 중단해야 한다. jupiter@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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