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미 FTA ‘損益(손익) 균형’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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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3박5일 일정의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국제 정세가 매우 긴박하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집권 초기 내각을 꾸리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THAAD)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문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 현안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과 사드 배치 문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검토하며 통상 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1960년대 미·소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무역확장법’까지 동원해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미 FTA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가 결코 아니다. 발효된 지 올해로 5년이 된 한·미 FTA에서 상품수지(반도체·휴대전화·승용차 등)는 한국이 연평균 20조 원 흑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수지(지식재산권 사용료, 유학, 특허료 등)는 미국이 연평균 10조 원 흑자를 보고 있다. 그리고 FTA 무역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수입액이 연평균 5조 원이므로 이를 미국 무역 수지에 반영시킬 경우 양국 간의 이익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런데도 미국이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우리가 이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현재로는 한·미 무역 손익(損益)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가스발전(發電) 확대 계획에 맞춰 LNG 및 셰일가스 등 에너지 자원 부문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과 함께 방미하는 경제 사절단은 미국 현지 직접투자를 늘려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한·미 교류가 상호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산 무기 수입액을 미국의 무역수지에 100% 반영시킬 것도 요구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마냥 지연된다면 한·미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직접적인 위협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 문제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생각은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중국을 먼저 설득하려고 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이 설득당할 리 만무하다. 만약 사드 배치 문제로 감정이 상한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군사·외교적으로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되면 우리가 보게 될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국가 신용도가 추락하고 외국 자본이 급속도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및 소비·생산 등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쓰다 미국과 멀어지게 되면 우리의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크다.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60년이 넘는 군사 동맹국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국익(國益)이 여전히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