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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9일(木)
‘번갯불에 콩 볶기’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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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 DC 외교가에서 인기 있는 사교 클럽 중에 ‘노부코(信子) 포럼’이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격월 모임은 다음 달 8회를 맞는데, 지금까지 초청된 연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에서부터 최초 여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애브릴 헤인스,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비서실장 티나 첸, NBC방송 외교전문기자 앤드리아 미첼까지 거의 전 분야 인사가 망라돼 있다. 모임을 주도하는 노부코는 동시통역사 출신으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의 부인이다. 노부코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유사한 형식의 모임을 통해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내외를 꽉 잡았고, 이게 ‘노부코 포럼’의 출발점이 됐다.

노부코뿐만 아니라 사사에 대사도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서 워싱턴 주류 사회가 0%라고 전망했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 트럼프 후보의 장녀 이방카와 채널을 구축했다. 이 덕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외국 정상이 됐고, 지난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에서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 인사가 됐다. 치밀하면서 정교한 준비와 장기적 관계 구축,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 등이 일본 외교가 승승장구하는 요인이다.

반면 한국 외교는 항상 ‘맨땅에 헤딩하기’, 아니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 식이다. 지난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정서에 밀려서 허겁지겁 미국을 찾은 뒤 일정을 최종 조율하다 보니, 정 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시각은 밤 9시가 넘어서였다.

같은 증상이, 29∼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복되고 있다. 막판까지 행사 참석자 명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나마 행사에 초청받는 미국인 인사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1차적으로는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 탓이다. 기존 인사를 관리하는 수준에만 안주하면서 새롭게 발굴한 인사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문화에서는 당장 볶아 먹을 콩이 필요하지, 앞으로 크게 성장할 인사에 대한 투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잠재력 있는 주재국 인사를 발굴할 안목도 없어지고, 미국 대통령이 4년이나 8년에 한 번씩 바뀔 때마다 뒤늦게 인맥을 구축하느라 우왕좌왕한다.

조급증의 최대 단점은 단기적 이득에만 집착한다는 데 있다. 장기적 안목이 사라지면, 외교의 창의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 한국 외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뾰족한 해법이 없는 북핵 방정식에만 목매는 것보다는 말라만 가는 외교의 창의성을 되살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주류 출신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런 한국 외교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잡음을 불식하는 것은 물론, 한국 외교에 적지 않은 공적을 남길 것이다. 당장 강 장관에게 워싱턴에서 치밀하고 정교하게 관계망을 구축해가고 있는 일본 외교부터 살펴보기를 권한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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