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치 이슈에 빛바랜 태권도축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무주군 국립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30일 막을 내린다. 역대 최대인 183개국에서 선수 971명이 참여했고 대회 준비, 운영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빛이 바랬다.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목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개회식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밝히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이 ‘메인 뉴스’가 됐다. 북한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과 함께 방한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단일팀이 거론될 때마다 “성사되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29일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제안이 인상적이었다.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며 거들었으나 북측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장 위원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그걸 위해 2년간 협상했다. 그렇게 힘든 일이다. 엄혹한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경기단체, 그리고 북한 당사자와의 사전 공감대 형성 없이 남북단일팀 구성을 전격 제안하면서 대회 기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장 위원을 만나 경평축구 부활을 제안했다. 단일팀 구성, 경평축구 부활 제안은 그러나 소득이 없었고 남북대화에 매달린다는 인상만 남겼다.

ITF 시범단의 활동 역시 세계선수권의 흥행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ITF 시범단의 방문으로 WTF와 ITF가 대화를 나누면서 태권도를 하나로 묶을 계기가 형성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ITF 공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세계선수권은 뒷전으로 밀렸다. 세계선수권에선 선수와 태권도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조성진 무주 = 체육부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