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위장전입·논문표절, 경제·신분상 이득 얻었을때만 문제 삼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고 있다. 회의와 면담, 간담회 등 분 단위로 이어지는 빼곡한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넥타이를 매는 의례를 통해 회의 모드에서 인터뷰 모드로 전환하는 듯 보였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지난 5월 22일부터 이를 이끌어 온 김진표 위원장은 정부 관료들과 주요 기업 관계자들에겐 ‘점령군 사령관’으로 비친 측면이 없지 않다. 첫 회의 때부터 김 위원장 스스로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렵다”고 경계했지만 근 10년 만의 정권 교체, 그에 따른 정권 인수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 활동 초반 통신비 인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현안에 대해 그가 목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호통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일각에선 “김진표니까 그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그다. 관료 사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그가 쓴소리를 쏟아낸 것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일부 인사가 위세를 부리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더욱이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설계를 총지휘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다 보니 ‘영광스러운 훈장’을 얻게 됐을 뿐 김 위원장의 친화력은 여야를 막론해 이미 공인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처음 정부부처 서면 보고서를 받아 봤을 때 ‘아, 이 양반들이 지난 9년여 동안 너무 지나치게 보수 정권에 물들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국정기획위 활동 초기에) 내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겠다’고 한 데에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 관료들도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에게 정리 단계에 들어간 국정기획위 활동 현황과 소회를 들어봤다.

―국정기획위 활동의 끝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대한 최종 보고는 언제쯤 하나요.

“7월 15일 이전에 모든 보고를 마칠 계획입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국민 보고도 하실 계획인가요.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씀했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게 준비해야 할 텐데,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보고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5대 목표,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라고 말은 해 왔지만 세부 실천 과제로 들어가면 480여 개로 늘어납니다. 이걸 어떻게 녹여서 발표할지 고민 중입니다.”

―국정기획위 활동 초반에 부처 공무원들이 보고서 ‘표지 갈이’만 한다고 지적하셨는데.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보도자료에 그렇게 나갔는데, 내가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가 됐어요. 허허.(웃음)”

―어쨌든 지난 한 달여 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대해 정부 부처 관료들의 이해가 높아졌나요.

“첫 업무보고 이후 국정과제별로 여러 차례 토론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을 느껴요.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철학의 핵심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혁명으로 창출된 정부이니, 촛불 민심의 요구에 응답하는 게 첫 번째 소명이랄 수 있어요. 촛불 민심은 분노와 불안입니다. 분노는 뭐냐. 공권력이 사익 편취 수단으로 쓰이고 국정농단이 이뤄졌다는 거죠. 그래서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집권 초반에 분명하게 개혁을 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불안은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일자리 대란으로 청년 10명 중 4명이 실업 상태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고, 일자리가 없어 결혼을 늦추니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다 잘나가다가 추락한 중남미 국가들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새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줘야 합니다.”

분노에 대한 답은 적폐청산이라는 구호하에 이뤄지는 각종 개혁 작업일 테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새 정부의 비책이 뭔지 궁금했다.

“답은 경제예요. 하부구조인 경제가 안 바뀌면 그 위에 쌓인 모든 게 안 바뀝니다. 그래서 경제 운용의 큰 틀, 패러다임을 ‘소득 주도 성장’으로 바꾸려고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보수 정권은 낙수효과(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경기가 부양돼 결국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고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과 복지 향상이 이뤄진다는 이론)를 바라고 대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주로 썼지만,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고 낙수효과도 없었습니다.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은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있습니다.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물건이 많이 팔리니 생산이 늘고, 그럼 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늘어 다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양질의 일자리인데, 이걸 만들어내는 데 국가가 가진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정신입니다. 고용을 통해 성장과 복지도 해결하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들어 내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일자리가 최고의 성장 정책이고,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 정책이라는 얘깁니다. 이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우리에게 강력하게 요청해 온 것이기도 합니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직성 예산 증가로 재정 부담만 커질 뿐 민간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가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맞아요. 그런데 보수 정권에서 우리는 낙수효과만 바라고 있었어요. 대기업의 치명적 약점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젬병’이라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나 똑같은데, 대기업의 일자리는 임금이 싼 외국에서나 늘 뿐 국내에선 줄어듭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고용유발효과 지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0억 원 투자했을 때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나는지 추계한 건데 한국의 경우 지난 2000년 약 26명이었던 게 2013년에는 13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10명 정도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됐다는 의미죠. 경제 운용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한국에 일자리는 안 생깁니다.”

어떻게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운용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건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수단은 많아요.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이뤄지도록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등 기업 생태계를 바꿔야 합니다. 둘째, 투자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혁신 투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가령 2교대를 3교대로 전환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있다면, 그 과정에 발생하는 인건비 증가를 일부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도 2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한 중소기업이 1명을 더 고용할 땐 3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셋째는 제조업보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겁니다. 넷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겁니다. 이렇게 지원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보기에 최소 3년은 걸려요. 대통령 임기는 5년에 불과한데…. 과거 정부는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거니까, 기업이 투자하도록 도와준다’며 팔짱을 끼고 기다렸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됐어요. 새 정부에선 경제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매일 보고받고 확인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총지휘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새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대책은 주로 공공부문에 맞춰져 있지 않나요.

“정부가 모범 고용주가 돼야 한다는 의미예요. 또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만든다는 게 너무 과장해서 알려진 측면이 있는데, 이 중 실제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건 17만4000명 수준이에요. 여기에 사무직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원칙에 따라 작은 정부를 지향하다 보니 국가 기능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렸어요. 대표적인 게 소방 분야예요. 정원을 1만7000명이나 안 채워서 과로사, 자살 사례가 속출하고 얼마 전 강릉 산불 때에는 소방차에 태울 필수 요원이 없어서 민간 요원이나 행정직 소방관이 투입되기도 했죠. 소방과 경찰, 사회복지 등 필수 분야에서 17만4000명을 다 고용해도 연간 5조 원, 문재인 정부 5년간 25조 원 정도 소요됩니다. 우리나라 연간 예산이 400조 원 정도 되는데, 경상적으로 매년 5%(20조 원) 정도는 늘어나게 돼 있어요. 그 20조 원 중 5조 원 정도를 공무원 정원도 못 채우고 있는 분야에 쓰자는 겁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등의 정책은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의 반발이 큽니다.

“가계 소득을 늘리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여기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살리고, 이를 통해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 모두 이런 철학에서 나온 정책이에요. 다만 실제로 정책을 집행할 때 철저한 보완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이라면.

“소규모 식당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특히 문제인데, 이들을 위해 두 가지 노력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장사가 잘되게 해 줘야 합니다. 공무원 복지수당뿐 아니라 아동수당과 같은 복지 지출을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법이 있어요. 공무원 복지수당과 아동수당만 합쳐도 연간 10조 원 정도 됩니다. 둘째, 매출액 규모에 따라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려줄 수 있습니다. 셋째, 과세특례자 범위를 확대해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어요. 일반 과세자와 달리 과세특례자는 세금 계산서를 다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없는데, 이것만 해도 세무사 위탁 비용 등을 다 합치면 연간 100만 원 정도의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늦출 수는 없는데, 이런 보완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걸 감안해서 매년 집행을 확산해 가면 될 거라고 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로 무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문 대통령 대선 공약집에는 집권 5년 동안 공약 이행에 178조 원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조세를 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조세 개혁은 해야 합니다. 왜냐. 우리 재정 시스템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예요. IMF와 OECD 모두 ‘재정 건전성 면에서 OECD 회원국 중 3·4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한 대한민국이 왜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이렇게 떨어지냐. 이걸 제고하는 쪽으로 재정 개혁을 해야 소비가 늘어난다’는 권고를 3년째 하고 있어요. 보수 정권이 무시했던 거죠. 다만 새 정부가 사실상 아무런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5월에 출범했기 때문에 올해에 조세 개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요. 조세 개혁은 엄청난 저항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민적인 공론화와 대국민 설득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꼭 미룰 수 없는 몇 가지만 추려서 하고, 종합적인 재정 개혁은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 등에 재정 개혁을 위한 준비를 시켜 놨습니다. 재정 개혁엔 조세 개혁과 세출 개혁이 다 들어가는데, 세출 개혁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국정기획위는 29일 가칭 ‘조세·재정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2018년 이후 추진할 조세 개편 방안에 대한 공론화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법인세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조세 개편 방안에 대해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움직임에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교육부총리 할 때 ‘외국어고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어요.(웃음) 과학고나 지방의 자사고 중 일부는 선진국에서 추구하는 진로적성교육이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배양, 핵심역량 위주 교육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모든 걸 획일적으로 다 폐지할 거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외국어고가 제일 문제인데, 고액 과외의 온상이 돼 버렸어요. 외국어고 학사 일정을 보면 어학이 전체의 절반가량 되는데 정작 외국어고 졸업생 중 어문학 계열로 진학하는 사람은 20%도 안 돼요. 학교에서는 외국어를 가르쳐야 하니까 모두 학원 가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거죠. 이건 아마 다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자사고와 외국어고는 달리 봐야 한다는 얘긴데요.

“수도권에 있는 자사고들은 대체로 외국어고처럼 과열 입시 선행학습의 온상이 돼 있지만, 지방 자사고들은 좀 다릅니다. 그런 기숙학교는 외국에도 있고, 좋은 점도 많이 있어요.”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걸(자사고나 외국어고 폐지를) 하기 위한 대전제는 일반고교를 다 혁신고로 바꾸는 겁니다. 일반학교를 혁신학교로 바꿔 혁신 교육을 하겠다는 거죠. 잡다한 걸 많이 암기하는 교육은 더 이상 필요 없어요. 학생들 주머니에 스마트폰 넣고 다니면서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독서 능력을 토대로 자기주장을 세우고 토론하는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이렇게 가면서 자사고나 외국어고에 일반고로 전환할지 선택하게 하는 거죠. 재심을 통해 자격요건이 안 되는 곳부터 없애 나가면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을까요.”

―새 정부 내각 인선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고위 공직자 배제 5원칙’에 대해 국정기획위 차원의 대안이 마련됐나요.

“부동산 투기와 탈세, 병역 기피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 가지는 달리 볼 필요가 있어요. 2005년 7월 인사청문회 대상에 장관이 포함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사람이 위장전입에 대해 범법의식 없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를 전후로 달리 봐야 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적·반복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경우에 문제로 삼아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논문표절의 기준 시기는 교육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든 2007년이 돼야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뒤로는 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을 인용하면 각주를 달았다 해도 표절로 간주됩니다. 이 기준을 이전 논문에 적용하면 안 걸릴 사람이 거의 없죠. 또 야간대 석사논문까지 다 따지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곳은 ‘사교 반, 평생학습 반’의 성격이 있는데 여기서 쓰는 논문에 학술논문 수준을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죠. 그래서 2007년 1월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해당 논문으로 인해 경제적 이득이나 신분상 이득을 얻은 논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고 봅니다. 석·박사 논문, 국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여기 해당합니다. 한마디로 문화일보 기고글을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겁니다.”

―‘이런 인사청문회 제도하에서 장관 하겠다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취지로도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장관 잘해 봐야 1년, 길어도 2년을 못 넘기는데 그걸 하자고 60이 넘도록 평생 쌓아 온 명예가 다 난도질당한다면 문제가 있죠. 존경받는 사람을 자꾸 망가뜨리는 사회가 되면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경기도의회 사례처럼 도덕성 검증은 철저히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걸쳐 김 위원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협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됐는데, 추경안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국회는 여전히 딴 세상입니다. 협치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우리 정치 구조는 분명히 국민의 기대에 아주 크게 못 미치죠. 여야 막론하고 국민이 불신할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요.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 ‘N포세대(모든 걸 포기한 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과 같은 신음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취지의 추경안이 심사조차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추경안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에) 들어와서 고치자고 하면 될 일이지, 지금의 행태는 참 답답합니다. 촛불 시민혁명에서 지켜봤듯이 국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을 정당들이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정치권이 크게 바뀌는 계기 중 하나가 헌법 개정이죠. 개헌을 한다면 선거제도 개혁, 정당제도 개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지금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문화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 오남석 차장(정치부)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