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KLPGA 신임 회장의 너무 앞서간 ‘선심’

지난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새 수장이 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최근 10억 원을 쾌척해 2부 투어 2개 대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발표 이후 되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선심을 두고 ‘너무 나갔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KLPGA 2부 투어 대회의 상금은 6000만∼7000만 원 규모이고 우승상금은 20%인 1200만∼1500만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김 회장은 총상금 5억 원에 우승상금만 1억 원인 대회 2개를 ‘알박기’하듯 시즌 중간중간에 치르겠다는 것이죠. 지난해 2부 상금왕 배지현이 19개 대회에서 상금 3600만 원을 받았고, 정규투어 시드를 받은 6위 선수가 1년간 번 상금이 2900만 원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상금이 많으면 선수들에게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요. 하지만 선수들에게 ‘괴리감’만 안겨줄 것 같습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해 정규투어 승격이라는 꿈을 이루라고 2부를 ‘드림 투어’라고 작명했는데, 그 이름이 무색해질 지경입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2부인 시메트라 투어도 대회당 10만 달러짜리 대회가 대부분이고 서너 개만 20만 달러입니다. 한 학부모는 “김 회장이 던져놓은 거액 대회에서만 잘하면 꿈을 너무 쉽게 이룰 수 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습니다. 선수들의 노력이 왜곡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큰 대회 2개 신설보다 대회 수를 더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선수들의 심정을 알지 못하는 처사인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립니다.

김 회장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그동안 2부를 후원해온 다른 기업인들에게도 상처를 남겼습니다. 올해 2부는 잔디로, 이동수패션, 엑스페론골프, 올포유 등 중소기업과 군산CC, 백제CC, 무안CC 등 골프장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규 투어보다 인기가 없는 2부지만 7개 중소기업이 17개 대회를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중 한 기업인은 “선수들이 앞으로 우리 대회를 거들떠나 보겠느냐”며 “(대회를 후원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이처럼 거액의 대회를 신설한다면 KLPGA 회장이 오히려 말려야 할 처지 아니냐. 어이없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김 회장의 10억 원 쾌척 소식이 이들에겐 또 다른 ‘갑질’로 비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KLPGA투어 10개 대회가 열리는 동안 시상식 한번 참여하지 않았지만 프로암 대회에는 자주 기웃거렸다고 합니다. 취임 100일도 안 돼 전임 회장들의 판박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김 회장의 임기 4년이 비단길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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