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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30일(金)
전병현 화백의 ‘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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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오로지 색(色)으로 남고 싶다. 한지(韓紙)를 붙이고 찢기를 반복하며 원초적 색을 찾아가는 게 내 작업이다.” 흔히 ‘한지 부조(浮彫) 작가’로 불리는 전병현(60)은 이런 말도 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추구했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백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조선백자의 유(乳)백색이 그런 색이다.” 이는 그가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나온 서양화가지만, 한지를 캔버스로 삼아 빨강·파랑·하양 등 모든 색을 한지의 색을 통해 발현시키고,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독창적 미학을 개척해온 배경일 것이다.

이지러졌다가 차오르기를 반복하는 달의 순환 원리를 닮고 싶어서, ‘초하루 삭(朔)’과 ‘빌 공(空)’의 ‘삭공’을 변용한 ‘싹공’을 아호로 삼았다는 그는 끊임없이 미학적 도발을 해왔다. 매화 가지가 꽂힌 달항아리 등을 그린 정물화 ‘블로섬(Blossom)’ 시리즈도 그중의 하나다. 한지 반죽과 돌가루·황토·먹·안료, 고구려 고분(古墳)의 습식벽화 기법 등을 동원해 현대미(美)와 토속미의 교(交)집합을 이뤄내면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와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이 정서적·미학적으로 섞인 느낌도 자아낸다.

문재(文才)도 뛰어나 2001년부터 인터넷에 연재해온 ‘싹공 일기’를 책으로 펴내온 그는 눈 감은 얼굴을 그린 ‘초상화’ 시리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생의 반은 눈을 감고 산다. 눈 감은 모습을 스스로 볼 수는 없다. 그 표정을 문득 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대목도 있다. ‘눈을 감는 것은 불을 끄는 일이다. 두 눈 부릅뜨고 칠흑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눈을 감을 때 비로소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너와 내 마음의 불을 켜는 일이다.’ 그런 그가 미학적 지평을 더 넓힌 ‘어피어링(Appearing) 시리즈’ 전시회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지난 23일 개막, 7월 16일까지 계속한다. 강렬한 색으로 그림을 그린 한지를 예닐곱 차례 배접한 뒤 곳곳을 찢어 그 속살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신작 40여 점이 “찢어발김의 도발적 발상으로 차려낸 상상의 만찬”이라는 소설가 태기수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수묵화 전통에서 길어 올린 전병현의 색은 한지에 스민 채 살아 숨 쉬는, 숨어 있는 색으로, 그는 이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온 셈”이라고 덧붙인 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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