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멘털 노트>그린 올라갈 때 공과 깃발만 보지 마라… 중요한 것은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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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관찰력’… 골퍼의 실체는 그린 위에서

실력이 좋다는 동반자와 라운드할 때가 있다. 알려진 대로 드라이버도 잘 치고 아이언 샷도 좋다. 그런데 그린 위에서의 행동은….“김 캐디! 왼쪽이에요? 오른쪽이에요?” “홀 몇 개 봐야죠?” “오르막이에요? 내리막이에요?” 공 앞에 서서 스스로 그린을 살피지 않고 캐디에게 묻는다.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가면 어깨를 으쓱인다. 하지만 공이 홀을 벗어나면 “많이 봤잖아!” “적게 봤네!”라며 캐디를 탓한다. 어이없다. 이렇게 해서 70대를 친들….

골프의 실력은 관찰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홀 주변에는 짧은 러프에서부터 긴 러프, 큰 나무, 덤불로 덮여있는 언덕, 호수나 실개천, 계곡 혹은 숲이 도사리고 있다. 홀 주변의 지형지물을 잘 살펴 다음 샷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곳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홀의 구조나 주변 환경을 살피는 것은 필수다. 주말 골퍼들도 이것은 대체로 잘한다. 티 박스에서부터 출발해 그린 위에 공을 올리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러나 정작 그린 위에 공을 올린 후 그린을 향해 무심코 걸어가는 골퍼들이 많다. 또 그린 위에서 캐디에게 많은 것을 의존한다.

그린은 골프의 요체다. 홀의 최종 목표가 그곳에 있다. 결코 가볍게 해서도,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골퍼들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다. 그린 위에서의 행동은 골퍼의 마음가짐이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그린으로 걸어갈 때 그냥 공이나 깃발을 보면서 가면 안 된다. 그린 주변의 환경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린 주변 지형의 고저, 벙커의 모양과 위치, 그린 주변의 나무, 그리고 방위 등을 살펴야 한다. 그린 위에서의 관찰은 더 면밀하고 세밀해야 한다. 그린 전체의 높낮이, 경사도는 물론 발에 전해져 오는 그린의 딱딱함, 잔디의 크기, 잔디의 결, 그린 표면의 물기, 모래의 양, 홀 근처의 높낮이 등을 살펴야 한다. 이런 골퍼라면 90대를 치더라도 인정할 만하다.

마지막 퍼팅의 실패로 몇 년을 고생한 프로골퍼들도 많다. 김인경은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 퍼팅을 어이없게 놓쳐 연장전을 허용했고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했다. 김인경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퍼팅을 놓친 건 잘 모르겠다. 마지막 그 퍼팅은 바로 보고 쳤는데 살짝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돌아나왔다”고 말했다. 조금만 관찰했다면 결코 실수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 후 김인경은 몇 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고생했다. 최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렸던 한국오픈에서 허인회는 마지막 1홀을 남기고 2위 그룹에 1타 앞서 있었다. 우승이 예상됐지만 18번 홀에서 버디퍼팅을 놓친 후 1m 파퍼팅마저 놓쳐 연장전에도 가지 못했다.

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톱 랭커도 짧은 퍼팅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프로선수들은 한순간 마음의 끈을 놓치거나 퍼팅에서 실수한다. 반면 주말 골퍼는 퍼팅의 실수나 실력이 문제되는 게 아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버젓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 이런 골퍼라면 아무리 잘 쳐도 인정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환경에 둘러싸인다. 모든 환경을 살피면서 살 수는 없다. 수많은 환경 중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과 흘려보내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정작 눈 여겨봐야 할 것을 놓쳐 낭패를 보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환경들을 극히 일부분만 접하는 사람과 많이 접하며 살피면서 가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그린 위에서 공을 홀에 넣고 싶은 사람이 그린 주변을 면밀하게 살피듯이,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