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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3일(月)
‘4차 산업혁명’ 함부로 떠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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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기업 강사 풀’ 회사를 운영하는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다짜고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강연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답변은 일단 접어두고 필자에게까지 강연 부탁을 하게 된 연유가 궁금했다. “요즘 4차 산업혁명 강연 요청이 폭주하고 있는데 전문가가 별로 없어 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느 인사든 이 분야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으면 신문에 나온 정도 수준의 강연도 무방하다며 간청부터 하고 본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사양하고 넘어갔지만, 통화 뒤 씁쓸함은 오래갔다.

대한민국이 온통 4차 산업혁명(정확히 말하면 그 용어)으로 떠들썩하다. 170년 전 발표된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을 패러디한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라는 비유가 귀에 쏙 박힐 정도다. 정부·정치권·기업은 물론 언론계·학계·출판계 등도 너나 할 것 없이 ‘기승전-4차 산업혁명’이다.

문제는 그 용어의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고 합일된 정의도 없다는 점이다. 극단적 회의론자들은 “2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이렇다 할 생산성 향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 컴퓨터·인터넷의 등장도 3차 산업혁명으로 볼 수 없다는 판에 4차 산업혁명 운운은 어불성설”이라고까지 비판한다. 정의도 모호해 로봇,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등을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 짐작할 뿐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다. 미래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4차 산업혁명을 묻는 한국 기자에게 “그런 단어는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나 네이처에도 관련 논문은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며 인류사의 대변혁이 도래한 양 호들갑 떠는 게 탐탁지 않게 보이는 근거들이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을 폄척(貶斥)해서도 안 된다. 지나친 ‘네이밍 마케팅’ 등에 대한 거부감은 있을지언정 미래를 단단히 대비하자는 데 토를 달 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이미 낙오자 신세가 돼버린 우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를 선도하는 주체인 정부·정치권, 기업은 이제라도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탈구각(脫舊殼) 채비를 해야 한다. ‘혁명전야’를 겪고 있는 정부와 기업에 각각 두어 가지만 당부한다.

우선,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입안하거나 결정해야 한다. 정책이 백년지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십년지계는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선언은 5년짜리 악책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원전 대체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전력소비가 폭증할 텐데 실질적 대안 없이 탈원전을 하겠다니 정책 역주행이다.

둘째, 정부 역할도 확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많은 일을 할 수 없는 만큼 ‘무불간섭(無不干涉)’하려 해선 안 된다. 공정한 경쟁과 경제활동 자유를 보장하고 민간이 한껏 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공공서비스센터’로 탈바꿈해야 한다. 규제 방식도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네거티브로 가야 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빅데이터·드론·원격의료 산업 등에 족쇄를 채우려고만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일자리를 흡수해줄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통과에도 기를 쓰고 반대한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선봉대다. 연착륙을 위해 정부·기업 간 협업이 절대적인 이유다. 상습적 반시장·반기업 정책, 노동계·시민단체의 재벌개혁 압박 등 악재가 널려 있어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한국형 기업가정신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기업문화도 서둘러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 무기가 창의성과 자발성인 만큼 수직적 위계 문화를 떨쳐내고 상하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형 ‘뉴칼라’ 양성에도 진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Mr.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정부는 치킨값 올린 회사에 대해 세무조사와 공정위 고발을 언급하고, 경제이론에도 없는 통신비 강제 인하도 하려 한다”며 “이 정도면 조폭 수준”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자체가 창피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러다간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내모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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