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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3일(月)
我是汝非와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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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말 ‘로맨스(romance)’의 국어사전 풀이다. 이 말은 고대 로마어로, 로마스럽다는 뜻이었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에는 이 말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 유입됐다. 그 전도사는 11∼12세기에 유행한 남프랑스의 청년 음유시인을 가리키는 트루바두르.

중세 십자군전쟁에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지내던 귀부인들에게 접근한 ‘아이돌스타’ 트루바두르는 참전 기사(騎士)들의 무용담을 시와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며 환심을 샀다. 학벌 좋고 집안 좋은 금수저 트루바두르의 작품은 대개 라틴어가 아닌 로마 평민들의 말, 곧 로망어로 씌어 있었다. 그래서 주로 운문으로 된 중세 기사의 이야기를 ‘로망스’라고 한 것이다. 나중에는 돈 많은 전쟁 청상(靑孀)과 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제비족 트루바두르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변질됐다. 전사들의 무용담이 남녀의 애정담으로 변질된 셈이다. 이것이 영어 로맨스의 이력이다.

로맨스(ロマンス)라는 외래어가 일본 사회에 처음 소개될 당시에도 전기(傳奇) 소설 또는 공상적 문학이란 뜻으로 사용됐다. 현실과 거리 먼 내용을 가진 이야기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란 뜻이다. 현대적 의미가 아니라, 원뜻에 충실한 신어였다. 그러다가 이 말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말로 건너왔을 때의 표기는 ‘로맨쓰’였다. 1934년 청년조선사에서 ‘청년조선’이란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발행한 ‘신어사전(新語事典)’에 그렇게 나온다. 본래는 공상·모험·연애의 이야기가 많은 소설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주로 연애소설을 로맨쓰라 한다고 이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그 당시에 벌써 오늘의 의미로 쓰이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요즘 ‘내로남불’이란 말이 신문의 기사·논평 할 것 없이 널리 인용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不倫)이란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는 사자성어도 아니고, 그냥 시쳇말의 줄임에 불과하다. 굳이 사자성어가 필요하다면 ‘아시여비(我是汝非)’란 말도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틀리다)는 뜻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후안무치한 변명을 늘어놓는 후보들 이야기와도 잘 어울려 보인다. 또, 이들을 감싸고도는 여당은 고슴도치에 비길 만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함함하다(부드럽다)고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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