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조작’과 무관함을 분명히 하겠다는 ‘安의 침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당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와 관련해 허위 내용을 제보한 당원인 이유미 씨가 27일 오전 서울 남부지검에서 조사 중 긴급체포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7.6.27

親安 vs 非安… 연일 책임 공방
사실상 정치적 결별 수순 관측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3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당 진상조사단의 발표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치적 책임이 요구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서둘러 입장을 표명해온 안 전 대표가 당 안팎의 책임론 수위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당과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호남과 비호남, 친안(친안철수)계와 비안(비안철수)계 간의 책임론 공방이 거세지고 있어 ‘헤쳐 모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는 1차 원인은 사건의 성격이 워낙 심각해 간접적인 연루 의혹만으로 정치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와 당이 따로 놀았다는 게 조작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후보나 당 모두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 진상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에 대한 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반대했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대선에서 투톱으로 선거를 이끌었지만, 모두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항변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호남 대 비호남’ ‘친안계 대 비안계’ 등으로 나뉘어 상대측을 향해 책임론 공세를 펼쳤다. 친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여러 정황을 보더라도 안 전 대표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 등 당시 선거를 책임졌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딴 얘기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남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당시 후보로서 남한테 책임을 미루고 섭섭해한다면 리더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도 아닌데 왜 사과에 인색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완전히 실기해 버려서 지금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 봐야 아무 의미 없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의 이날 발표에도 ‘꼬리 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 등의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당내 갈등이 지속될 경우 탈당을 포함해 ‘헤쳐 모여’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든 다른 야당이든 탈당 후 갈 곳만 있다고 판단하면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