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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4일(火)
稅制 개혁에 부는 政治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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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2000년대 초반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 경제부총리 A 씨가 당시 재정경제부 기자실을 찾아 세제 얘기를 하면 ‘긴급 뉴스’를 띄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자실 방문 때마다 1면 머리기사가 될 만한 기삿거리를 내놨지만, 부총리가 떠나고 나면 어김없이 세제실장이 마이크를 붙잡고 “부총리 말씀에 대해 조금 부연 설명 올리겠다”며 실제로는 부총리가 한 말을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부연 설명’이지, 세제에 무지(無知)한 부총리가 친 ‘사고(事故)’를 세제실장이 뒷수습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기자들 사이에서 ‘부총리의 세제 관련 발언은 세제실 관계자에게 확인받기 전까지는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길 정도였다. 세제는 전공 분야가 아니면 경제 관료 생활을 20∼30년 한 공무원조차 자신 없어 하는 분야다. 그만큼 전문적이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흔히 재정학을 정치학과 가장 가까운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는 경제학의 아우라를 풍기지만, 국민의 의사와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정책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학 중에서도 조세정책은 그 자체가 정치 행위로 해석될 만큼, 민심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미친다. 세금 문제 한번 잘못 건드렸다가 다음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정권을 내놓은 경우도 허다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 역할을 한다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은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 과세는 강화하되,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또 “법인세율 및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에너지 세제 개편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조세·재정개혁 과제는 올 하반기에 전문가와 각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해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국정기획위가 민감한 조세 개혁 과제의 시행을 내년으로 미룬 이유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 개혁은 시작하기 전부터 ‘정치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위 발표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정부가 이미 출범한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제쳐 두고 전문가와 각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조세·재정개혁특위를 만들어 조세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밖의 전문가와 각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과연 세법에 대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지만, 결국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을 대거 끌어들여 ‘세제 개혁용 정치 좌판(坐板)’을 깔겠다는 말처럼 들려 우려스럽다.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세력이 세제 개편의 방향성이야 정할 수 있겠지만, 실제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옳다. 그게 여러 정권을 거쳐 세제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획득된 국정 경험의 교훈이다.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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