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철도 통합 주장은 시대착오적 反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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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교수 경영학

정부가 개통된 지 채 7개월도 안 된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와 코레일의 통합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도의 공공성 강화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SRT와 코레일 간의 통합, 더 나아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통합과 경쟁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일관성 있는 실행과 같은 장점이 있으나, 거대 규모에 따른 비효율성 및 유연성 결여, 통합에 따른 비용 유발 등이 단점이다. 경쟁은 혁신을 통한 차별화, 높은 가성비 제공 등이 장점이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 같은 통합과 경쟁의 장단점을 우리 철도 산업의 역사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 경제 시대에 우리 철도 산업은 공공성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과 빠른 실행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엔 규모가 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성 및 유연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었지만 공공성만 너무 강조하고, 대체 산업으로서 국내 항공 산업의 성장을 외면한 나머지 철도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통합을 통해 성장한 우리 철도 산업이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도입하는 길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철도 산업 개혁을 통한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철도 시설과 운영의 분리,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 같은 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켜졌고, KTX 도입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코레일도 경영 성과를 점차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새마을호 운행을 대폭 줄이고 대신 KTX를 통한 서비스를 늘리면서 KTX 철도 운임의 인상은 있었지만 부가 서비스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KTX로의 서비스 통합 확대가 지속됐더라면 우리 철도 산업은 또다시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SRT 도입은 KTX의 독주를 막아주는 새로운 경쟁을 통해 우리 철도 산업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있다. 철도를 이용하는 소비자, 즉 국민에게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느끼게 함은 물론 더 나아가 다양성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 후발 주자인 SRT의 혁신은 KTX도 바꾸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KTX가 운행 초기에 우리에게 준 다양한 혜택들을 다시 하나씩 내놓고 있다. 향후 SRT와 KTX 간의 건전한 경쟁은 선진 사회로 가는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며 철도 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철도 산업의 통합과 경쟁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역할을 만들어 오고 있다.

우리는 저성장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저성장 불확실성 시대에는 통합보다는 경쟁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우리는 크지 않지만 전문화돼 있어야 하고 단순하여 어떤 환경에도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하기에 항상 열려 있어 그 누구와도 새로움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 철도 산업도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을 고려해 통합하는 게 바람직한지, 아니면 경쟁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저성장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이 우리 철도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엔진이다. 철도 산업에서의 경쟁은 고객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줌은 물론 관련 및 지원 산업에도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