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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5일(水)
‘고기’를 보면 봉준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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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작품성, 상업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 스펙트럼은 꽤 넓습니다. 코믹, 스릴러, SF, 드라마, 사회고발 등을 두루 담죠.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의 숱한 작품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는데요. 바로 ‘고기’입니다.

봉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개’가 핵심 소재였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된 아파트의 경비원(봉 감독의 페르소나인 변희봉)은 지하실에서 개고기를 먹죠. 반려견이 누군가에겐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옥자’와 일맥상통합니다.

다른 영화들은 또 어떤가요. 봉 감독은 고기 파티를 가해자들의 향연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설국열차’에서 최대 권력자인 윌포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유 있게 스테이크를 썰고, ‘살인의 추억’의 형사들은 범죄 용의자로 몰았던 사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시뻘건 고기를 굽죠. ‘괴물’에서 주인공을 가뒀던 미국 의료진이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있던 것도 같은 선상에 놓인 장면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옥자’입니다. 대체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옥자 무리를 도살하는 장면은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잔인한 환경 속에서 동물을 대량생산 라인의 일부로 만든 공장식 축산을 되짚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옥자’의 주인공 미자도 고기를 먹습니다. 할아버지는 옥자가 끌려간 것에 침울해하는 미자에게 닭백숙을 해주며 “이 할애비가 너 좋아하는 닭백숙 했다”고 말하죠. 미자가 육식을 해왔다는 의미입니다. 봉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마더’에서 엄마가 경찰서에 다녀온 아들을 위해 “몸보신 하라”며 끓여줬던 그 닭백숙이죠. 그래서 봉 감독의 영화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안다’고 하는 겁니다.

봉 감독은 솔직한 편입니다. 일련의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채식주의자냐?”는 질문에 “유제품과 달걀, 해산물은 먹고, 붉은 고기는 먹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어가고 있다”면서도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아주 가끔 닭고기나 소고기를 먹는다”고 웃으며 답했죠.

결국 봉 감독은 채식주의를 강요하진 않습니다. 그에게 ‘고기’는 단순히 식생활 패턴을 따지는 대상이 아닌 거죠. 그보다는 지배자 혹은 권력자들이 피지배자를 억압하는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자들은 고기를 먹지 못하거나, 지배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되는 식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인데요. 그래서 봉 감독에게 묻고 싶습니다. “감독님에게 고기는 어떤 의미입니까?”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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