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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5일(水)
反경쟁·脫원전…후대에 짐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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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대한민국은 원래부터 번듯한 나라는 아니었다. 1945년 갑자기 해방이 됐을 때, 국민 80% 이상이 문맹이었고, 민주공화국이 뭔지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에피소드 1. 서울 봉래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등굣길에 ‘국회의원 입후보 김도연’ 입간판을 보고 선생님께 질문했지만, 선생님은 “내일 알아보고 답해주마”라고 했다. 1948년 5·10 총선 때였다. 1957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고, 4·19에 앞장섰다. 동창 2명이 죽었다. 법대 교수 21명 중 20명의 최종 학력이 학사였고, 류기천 교수만 박사였다.

에피소드 2. 서울 무학초등학교 4학년 때 6·25전쟁이 일어났다. 9월 27일 밤 서울 수복을 위해 미군은 창신동 일대를 포격했다. 파편이 오른쪽 엉덩이에 박혔지만, 전쟁 중에 빼내지 못한 채 상처는 아물었고 지금도 몸속에 있다. 수십 년 뒤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가 됐지만, 공항 금속탐지기 통과 때마다 삐삐 소리가 울려 곤혹을 느꼈다.

에피소드 3. 만주에서 태어난 지 두 해 만에 해방이 됐다. 부모님은 만주를 떠나 평양 모란봉 전차 종점 부근에 셋집을 얻었다. 소련군 병사들이 보드카에 취하면 민가로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젊은 여자들은 숯검정을 칠하거나 보자기를 쓰고 다녔다. 소련군 병사가 나타나면 놋대야를 두드려 쫓았다. 6·25 때는 대구로 피란 갔다. 책상 앞의 걸상에 앉아본 것은 초등학교 졸업 직전이었다.

해방 직전에 태어난 세 사람의 자서전이 최근 한꺼번에 출간됐다. 에피소드 1은 이상우(1938년생) 전 한림대 총장의 ‘살며 지켜본 대한민국 70년사’, 에피소드 2는 한승주(1940년생) 전 외무장관의 ‘외교의 길’, 에피소드 3은 소설가 황석영(1943년생)의 자전 ‘수인(囚人)’에 나오는 내용이다.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이들이 곧 대한민국 역사다. 1940∼1950년대에 태어난 해방·건국 세대는 어려서 참혹한 전쟁과 빈곤을 겪고, 그 와중에 공부해 4·19를 주도했으며, 개발 시대에는 피땀 흘려 외화를 벌었고, 1970년대엔 돌관 작업을 마다치 않고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이 세대 각자의 인생이 모두 영화 ‘국제시장’처럼 감동 드라마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기 이전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20세기 후반의 풍요를 일궈낸 세대를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라고 한다. 한국의 해방·건국 세대는 훨씬 더 위대하다. 무엇보다 후대(後代)를 위해 이렇게 희생한 세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승만 대통령은 세금 거둘 곳이 없어 재정을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백년수인(百年樹人)의 자세로 교육입국에 매진했다. 10년 만에 문맹률을 4%로 낮추고 고등교육 시대를 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파독 광부·간호사들 앞에서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후손을 위한 번영의 터전이라도…”라며 차마 연설을 이어가지 못했고, 모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애국가를 불렀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주역은 이런 부모 세대에게서 태어났다. 어릴 적 잠시 보릿고개를 겪었지만, 곧바로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다. 386세대를 중심으로 1960∼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정권은 그 결정체다. 그런데 후대에 절망과 빚더미를 넘기려 한다. 성장 없는 분배에 열심이다. 산타클로스 정권인 양 ‘현금 살포’ 방식을 선호한다. 국가부채는 후대의 몫을 앞당겨 쓰는 것이다. 경쟁을 죄악시하니 발전은 없고 하향 평준화로 귀결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자율성·다양성 교육과 거꾸로 간다. 성과연봉제는 폐지하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친다. 이래선 청년 세대의 미래를 열어줄 수 없다.

국정은 소수의 환경·노동·반미 세력에 휘둘린다. 탈(脫)원전 정책도 현세대엔 별 영향이 없지만, 다음 세대엔 에너지 재앙이다. 물 부족 국가에서 치산치수는 기본인데, 4대강 개발을 저주한다. 자유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고 지켜온 혈맹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 정권에 아부하니 안보는 불안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다. 인위적 평등과 반(反)경쟁은 반드시 부패를 낳는다. 현세대는 선대(先代)로부터 받은 혜택을 후대에 베풀긴커녕 부담만 떠안기려 한다. 이기적이면서 ‘배은망덕’한 행태다. 역사는 미래를 망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기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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