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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5일(水)
‘가짜뉴스’시대의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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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문화부 선임기자

1980년대 후반 인터넷의 상용화 초기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바로 등장했다. 근래에는 전세계를 긴장시키는, ‘데이터 인질’로 불리는 랜섬웨어 등 범죄적 목적은 물론 국가 간 전쟁의 수단으로 진화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곧바로 새로운 형태의 범죄 도구나 무기로 변하는 걸 보면 인간의 악마성을 보는 듯하다. 최근 세계적 이슈를 점하고 있는 가짜뉴스(Fake News)도 그러한 경로는 비슷하다. 서구 언론은 가짜뉴스에 대개 ‘바이러스 같은’(viral)이란 표현을 붙인다.

지금처럼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라 할 만한 가짜뉴스의 횡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전면화와 밀접하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인디애나대와 야후 등의 공동연구는 소셜미디어의 일반화가 정보의 홍수를 만들어 사람들이 개별 정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아지면서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무기화된 거짓말’이란 책에서 예전에는 권위 있는 신문의 기사를 대중이 신뢰했으나, 거짓 정보와 진짜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뒤엉키고 SNS로 급속히 퍼져 둘을 분리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소셜네트워크 기술 발달이 다량의 정보공유라는 발전을 가져왔지만, 범죄의 숙주(宿主)로 전용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가짜뉴스’를 화제 삼아 대화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현재 트럼프만큼 가짜뉴스와 얽히고설킨 국제적 인물도 없다. 그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의 생산자로 몰고 있다. 트럼프는 가짜뉴스의 주요 ‘숙주’ 중 하나로 지목되는 트위터를 통해 정치를 하고 있어 가짜뉴스가 야기하는 전 세계적인 혼란을 부추긴다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도 조기에 치러진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가짜뉴스가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이 연간 약 30조 원이 넘는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도 있었다. 지난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짜뉴스에 대비하기 위한 세 개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단기적 대책으로 포털사이트와 SNS 사업자가 가짜뉴스를 확인하면 즉각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됐다. 법률적 제재도 중요할 것이다. ‘무기화된 거짓말’에서는 가짜뉴스에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은 시민에게, 특히 학생 때부터 ‘비판적 사고법’을 가르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이미 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신문인 인디펜던트는 지난 4월부터 인팩트(In Fact)라는 팀을 꾸려 가짜뉴스 식별에 직접 나섰다. 이 신문은 “신문이 가짜뉴스를 체크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글을 실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중심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밀리는 듯했던 전통 신문이 ‘가짜뉴스의 청정지역’이라는 역할이 부각되면서 변화된 언론 지형을 맞고 있는 모양새는 흥미롭다. ejy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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