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하루 3만 건 ‘X-레이 판독’… ‘짝퉁’ 빠져나갈 틈이 없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화물기로 운송된 해외직구 물품이 인천본부세관 특송화물센터 내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X-레이 판독기를 통과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인천세관 특송화물센터 르포

‘우~웅.’

지난 4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은 중국 상하이(上海)발 대한항공 화물기가 인천세관 특송화물센터(이하 특송센터) 계류장에 바짝 붙어 멈춰 섰다. 이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총 길이 2.1㎞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서서히 돌자 화물기에서 쏟아져 나온 크고 작은 상자들이 마치 잘 훈련된 병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치면 공항에 내려 가장 먼저 접하는 입국심사인 셈이다.

이 순간 특송센터 3층 X-레이(RAY) 판독실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흐른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한경희(49) 씨도 판독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초속 2~3m의 속도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특송화물이 X-레이 판독기를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한 씨는 카메라 렌즈를 줌인하며 음영만으로 전해지는 화물의 모양과 특성을 살피고 통관서류에 신고된 내용과 일일이 대조한다. 배송지 출처와 신고금액, 제품에 관한 기본 정보까지 확인해야 할 기본 항목만 15가지다. 이곳 특송센터에는 모두 11대의 X-레이 판독기가 설치돼 있다. 판독기마다 한 씨와 같은 전문 세관 직원이 배치돼 4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며 하루 평균 3만 개의 특송화물을 검색한다. 한 씨는 “X-레이 판독기만으로 ‘짝퉁(위조품)’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상품 포장이 조잡하거나 제품 가격과 세관에 신고 된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 따로 분류해 포장을 열어 정밀 검사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이날 중국에서 들여온 봉제인형 중에 짝퉁인 ‘피카츄’ 인형 200개를 적발해 냈다. 이처럼 X-레이 판독을 통해 1차 위조품으로 의심되는 특송화물은 따로 분류돼 배송업체 직원이 보는 앞에서 포장을 여는 ‘개장’ 검사가 이뤄진다.

최근 개장 1주년을 맞은 이곳 특송센터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오는 국내 특송화물 90% 이상이 처리된다. 특송센터 개소 전 하루 3000여 건에 불과하던 화물처리량도 지금은 10배가량 늘었다. 통관에 걸리는 시간 또한 6시간에서 3~4시간 단축돼 30%가량 물류비 절감 효과도 가져왔다. 문제는 해외 직구가 보편화되면서 개인이 주문한 특송화물 물량도 부쩍 늘어 ‘짝퉁’ 제품을 걸러내기가 갈수록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 들어 이곳 인천세관에서만 37건(129억 원 상당)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범이 적발됐다.

한 씨는 “짝퉁 제품은 저작권과 상표권 침해는 물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만큼 구매 단계에서부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