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별별공원>주민 힘으로 지켜낸 ‘도심 속 잣나무숲’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첨벙첨벙’ 5일 서울 도봉구 창동 초안산근린공원 내 개울에서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도봉구 초안산 근린공원

골프연습장 조성공사에 맞서
집단민원 넣어 공원 만들어
청소·관리도 주민이 도맡아

‘주민이 지킨 자연 그대로의 공원.’

5일 오후 찾은 초안산 근린공원을 두고 구청 공무원과 주민들은 “서울 도봉구 창동 주민들의 보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 중턱 공원 상부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에 발을 담근 아이들은 마치 계곡에 온 듯 물장구 치며 놀고 있었다. 스트로브 잣나무 100그루가 제공하는 그늘도 넉넉했다. 텐트 안에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면서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이 어색하지 않았다.

초안산 공원이 창동 주민들에게 소중한 이유는 ‘주민들이 지킨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한 민간 기업이 현 공원 부지 1만7981㎡를 사들여 스포츠센터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4년 뒤 골프연습장으로 용도를 바꿔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구청과 서울시에 골프연습장 조성에 반대하는 집단 민원을 넣었고, 건축 허가가 미뤄지는 것에 불만을 품은 해당 기업과 10년이 넘는 소송전 끝에 구청이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8년 골프연습장 조성 공사가 일부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헤쳐진 초안산 일부가 방치되기도 했다. 결국 2009년 서울시가 나서 토지 보상을 해주면서 초안산은 비로소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골프연습장 조성 공사 때 드러났던 거대한 암석을 개울 오른편에 오롯이 보존해뒀다.

공원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해등나누미’라는 주민 자원봉사 모임에서 청소와 관리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기준 1083명의 인원이 2166시간 동안 정갈한 공원 관리를 위해 활동했다. 이성일 구 공원팀장은 “주민이 나서서 되찾았을 뿐 아니라 주민이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공원이라는 점에서 민관합동 우수사례로 꼽을 만 하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