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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7일(金)
리콴유 ‘3남매의 亂’ 점입가경… 권력투쟁 넘어 國格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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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3남매가 권력 갈등을 일으킨 불씨가 된 옥슬리가 38번지 소재 리 전 총리의 생전 자택. 자료사진
‘자택처리 갈등’ 일파만파

부(富)와 질서의 상징인 싱가포르에서 리콴유(李光耀·2015년 별세) 전 총리의 세 자녀가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다. 리 전 총리의 낡은 집을 놓고 시작된 3남매의 전쟁(戰爭)이, 권력투쟁 성격의 정쟁(政爭)으로 번지면서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 전 총리와 싱가포르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대내외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페이스북 정쟁

사건은 지난달 14일 발생했다.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65) 현 총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여동생인 리웨이링(李瑋玲·62) 싱가포르 국립 뇌신경의학원 원장과 남동생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리 총리가 집을 헐어버리라는 부친의 유언을 어기고 이 집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리 총리가 ‘사후에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자신의 아들에게 정권을 물려주려는 ‘왕조 정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부친 별세 이후 우리는 리 총리가 동원한 정부기관에 의해 위협을 받아왔다”며 “싱가포르를 떠나고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해외 휴가 중이던 리 총리는 15일 4000자에 육박하는 장문의 성명을 내고 두 동생이 부친의 유훈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두 동생의 성명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2013년 12월 이 같은 유언을 남길 당시 부친은 조언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제수(弟嫂) 측 변호사들 앞에서 15분 만에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항변했다. 남동생 리셴양의 아내이자 유명 로펌 대표인 리수엣펀(59)이 리 전 총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언장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다는 것이다.



# 리콴유의 낡은 집

문제의 핵심에 있는 리 전 총리의 가옥은 싱가포르 옥슬리 거리 38번지에 있는 낡은 집이다. 그는 이곳에서 1945년부터 별세할 때까지 70년을 살았다. 양측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리 전 총리가 “집이 너무 오래돼 벽이 갈라지는 판이니, 없어져도 자식들이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전에 집을 허물어 버리라고 했다는 유언이다.

그러나 리 총리가 아버지의 유훈을 거슬러 집을 유적지로 만들고, 이를 우상화하는 방식으로 ‘리콴유 왕조’를 만들려 한다고 리셴양과 리웨이링은 주장한다. 나아가 리 총리의 아들인 리훙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는 것이다.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은 리셴룽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 형식의 토론회에서 형제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틀에 걸친 토론회가 끝난 뒤 리 총리는 “의혹이 대체로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동생들은 또다시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리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 본질은 ‘권력투쟁’

리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싱가포르의 2대 총리와 여당인 인민행동당 총서기를 지낸 고촉통(吳作棟·76) 전 총리는 4일 의회에 나와 이번 싸움의 본질이 유산이나 돈이 아닌 ‘권력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싸움의 전면에 등장한 ‘리콴유 자택 처리 문제’가 회화작품에서 나체의 국부를 가리는 데 쓰이는 ‘무화과 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리셴양·리웨이링 남매를 겨냥해 “그들은 정부와 국민이 감내해야 할 엄청난 손실을 무시한 채 리 총리를 낙마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 씨 형제들이 아버지의 명성과 유산을 낭비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가족의 문제지만, 자기파괴 과정에서 국가가 무너진다면 이는 공공의 문제”라며 “국민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염증을 느낀다”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집 처분을 둘러싼 갈등은 장남인 리 총리의 권력 독점과 세습 우려에 대한 형제들의 반발이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리웨이링은 “리 총리 부부가 아들 리훙이를 데리고 리콴유의 후광이 깃들어 있는 집에 들어가 살면서 3대 세습을 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아들을 위한 정치적 야망이라는 주장은 낭설”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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