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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7일(金)
통상외교도 累卵(누란)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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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북핵 문제만 누란(累卵)의 위기가 아니다. 그와 맞물린 전장(戰場), 무역 시장에서도 한국은 험로를 걷고 있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지만 복잡하게 얽힌 무역 분쟁의 실타래에 조그만 틈도 열지 못했다. 대통령이 홀로 떠안을 수 없는 난제이고 국가 총력에 비례하는 한계가 분명한 게임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새 정부의 통상외교 역량이 미덥지 않은 게 세간의 걱정을 더욱 무겁게 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막전막후가 그러하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통상 분야를 맡아 확대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을 제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공동성명에는 ‘한·미 FTA 재협상’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고, 양측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이후의 효과를 공동으로 조사·평가할 것이라는 입장이 전부란다. 청와대가 “선방했다”고 자평하면서 전하는 얘기다. 김 보좌관은 “장 정책실장과 함께 스터디를 많이 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통상의 실전과는 거리가 있다. 주무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동행조차 못 했다. 두 교수의 학습능력과 식견을 못 믿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철저한 ‘거래꾼’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보는 게 아니냐는 거다. 공동성명에선 7시간 동안 끌며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란 문구에서 ‘자유롭고(free)’를 뺐고, 기자회견에선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허를 찔렀다. 청와대 주변에선 그가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수사(修辭)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사실 호도이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균형 무역’을 앞세우며 각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가. 성동격서(聲東擊西)에다, 눙치고서 뺨 때리는 고수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상황의 해독법은 그의 협상술에 있다. 그는 “나는 돈 때문이 아니라 거래(deal) 자체를 위해서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자서전 ‘거래의 기술’)고 공언한 인물이다. 조그만 돌집을 짓기보다 주변 땅을 더 사모아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고, 그러기 위해 뉴욕시를 구워삶아 세제 혜택과 은행 대출을 끌어낸 인물이다.

물론, 대통령의 원맨쇼에 국가 간 협정의 기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엄연히 협정문에 정한 절차가 있고, 의회도 사실상의 협상 주체다. 일각에서 제기하듯 “한·미 FTA가 재협상으로 결론 나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패”라거나, “FTA는 손대면 무조건 손해”라고 다그치는 것도 온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중요한 건 대비와 전략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상대의 술수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게 거래의 기본이다. 미국의 당면 현안은 연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이니, 한·미 FTA 재협상이 본격화하기까지 대비할 시간은 있다. 또 FTA는 호혜(互惠)가 원칙이다. 우리도 미국에 요구할 카드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더 시급한 건 새 정부의 ‘통상 홀대’를 둘러싼 의구심을 불식하는 것이다. 경제계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통상외교 역량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해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청와대의 초반 기조가 오죽했으면 그리했겠는가. 최전선 ‘전사’들에게 정부가 든든한 뒷배인지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무역전쟁의 승부는 해보나 마나다. 변화무쌍한 국제정치 역학 속에 경제 이해로 파고들어 최대의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통상 외교 역량이다. 예컨대 당장 줄어드는 시장이 있으면, 정부가 앞장서서 넓혀가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잠재 시장이 크면서도 제 효과를 못 내는 인도·중국과의 FTA를 업그레이드하고 신규 FTA 추진 대상도 정해야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러시아가 이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가입 협상을 서두르고, 지지부진한 한·중·일 FTA 협상도 재촉해야 한다. 이는 경제영토이자, 국제 정치·안보 리스크의 방어막이기도 하다. 이를 구축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공약한 ‘국익 우선 협력외교’를 실천하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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