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판사의 인터넷 청원운동은 司法독립 自害 행위

현직 법관이 법원 내부 문제에도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겠다는 식의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차성안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사는 6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대법원장은 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 답답한 마음에 제가 직접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차 판사는 인터넷 국민청원운동으로 24일까지 10만 명 서명을 받겠다고 한다.

추가 조사 필요성 여부와 상관없이, 차 판사의 행위는 ‘사법(司法) 독립’ 자해(自害)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고 명시하고,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도록 신분도 각별히 보장한 사법권 독립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법 독립은 개별 재판에만 적용되는 가치가 아니다. 독립 대상이 정치권력뿐 아니라 이익집단·여론 등도 포함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막말 공간’으로 여기는 다른 일부 법관의 일탈도 사법 신뢰 추락을 자초하긴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2011년 당시 이정렬 부장판사와 서기호 판사의 ‘가카새끼 짬뽕’ ‘가카 빅엿’ 등 인터넷 욕설을 계기로 제정한 ‘권고의견’에서 ‘SNS를 이용할 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해선 안 된다’고 한 대목이나마 새삼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