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의인’ 숨지게 만든 빌라 방화범 2심도 징역 10년

법원 “화재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반성의 기미 없어”

불이 난 빌라에서 이웃들의 초인종을 눌러 대피시키다 결국 질식사한 ‘초인종 의인’ 안치범(당시 28세)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던 방화범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중국동포 김모(26)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9일 새벽 헤어진 여자친구가 거주하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5층 빌라에 불을 질러 사상자 2명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안 씨는 불을 피해 빌라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이웃들의 초인종을 일일이 눌러 대피시켰으나, 정작 본인은 연기를 마셔 쓰러진 상태로 5층 계단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10여 일 만에 사망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방화 사실을 부인했고, 또 자신이 불을 냈다고 하더라도 안 씨의 사망을 방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빠져나왔던 안 씨가 다시 자발적으로 건물로 들어가 사망한 것은 방화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에게는 방화를 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으며, 화재 당시 김 씨가 취한 행동 등을 고려할 때 김 씨가 불을 지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씨의 행동이 자신의 생명을 내던질 정도로 무모해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안 씨의 사망과 방화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