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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0일(月)
文정부 外交 ‘메시지 정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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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혼란스럽다. 너무 많은 메시지가 한꺼번에 나온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한·중 관계도 긴밀히 하고, 한·일 관계의 틈을 좁혀가면서,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 등이다. 지혜는 정돈에서 나온다. 대외관계의 우선순위와 방향부터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다. 문 대통령도 한·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첫 한·미 정상회담을 꼭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보다, 안보가 경제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정상회담이란, 일단 열리면 성공하기 마련이다. 귀국 회견을 하는 문 대통령은 약간 들떠 보였다. 미국에서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미국은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단둥(丹東)은행을 제재했고, 대만 무기 수출을 승인했으며,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흘러나오는 잡음들은 신경 쓰이지만 넘어가겠다. 다만, 한국은 미국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일본과도 함께 가야 한다. 중국과 북한은 우리 편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베를린에서 그런 방향으로 움직인 것 같다.

중국은 가장 큰 교역국이다. 수천 년 역사를 함께해왔다. 한국의 현대사는 미국에서 이승만이, 중국에서 김구가 귀국하면서 시작되는데, 현재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승만보다 김구의 뜻을 계승한 정당이다. 그 당 안에는 심정적으로 중국을 가깝게 느끼는 정치인이 많다. 베를린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지난 6일 오전, 중국과 네트워크가 있는 여당 중진 정치인이 외교·안보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다”고 했다. 시간을 확정하지 못해 회담이 무산되거나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사드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Agree to disagree)의 외교술이다.

그런데 동북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으로 외교보다 안보가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었다. 외교는 ‘윈-윈’이 가능하지만, 안보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적과 동지가 분명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을 혈맹(血盟)이라고 했다. 한·미, 혹은 한·미·일이 함께 간다면 중국은 북한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거칠게 표현했다. 한국과 중국은 아직 가치관도, 이해관계도 차이가 크다. 그래서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를 넘어서기 어렵다.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일본은 한국의 신임 대통령이 미국을 처음 방문할 때마다, 귀국길에 도쿄(東京)에 들러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청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가지 않았다. 한·중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보다 먼저 열렸다. 두 나라 지도자 간에 공통점이 적고, 위안부 문제 등 걸림돌도 많다. 그래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무엇보다 미국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엮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그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일 안보 협력은 역사적·정치적·군사적 이유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은 경제·문화적으로 세계의 리더지만, 외교·안보 면에서는 지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

북한은 우리 외교·안보의 시작이며 끝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대북 정책에서 뭔가 큰 건을 터뜨려보고 싶은 유혹을 느꼈고, 실제 그렇게 했다. 특히, 현 정권에는 1년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남은 임기 동안 그 합의를 실행하고, 정권도 재창출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새 역사를 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베를린 평화 구상 발표를 강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외정책은 내용보다 시기와 맥락이 중요할 때가 많다. 당장은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미·일 등 우방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쪽에 정책의 무게를 실어야 한다.

통일과 안보의 ‘수단’이어야 할 남북 정상회담이 ‘목표’처럼 되면, 북한에 쉽게 역이용당한다. 특히, 북핵·미사일이 ‘레드라인’을 넘는 단계에서의 정상회담 조급증은 북한의 핵 개발은 돕고, 동맹과는 멀어지는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추석 연휴가 겹치는 10·4 정상회담 10주년까지 뭔가 만들어내겠다는 욕심부터 버리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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