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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0일(月)
여름 ‘문화 特需’의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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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폭염과 장마로 불쾌지수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최대 문화 시즌이 시작되고 있다. 여름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문화 시즌이다.

최근 한 카드사가 지난 3년간 공연 관람권을 구입한 고객을 분석했더니 이들이 티켓을 가장 많이 산 시기는 8월이었다. 영화계에서도 최대 성수기는 7∼8월 여름 시장이다. 영화 개봉일을 기준으로 ‘칠말팔초(七末八初)’로 불리는 여름 시장에서 1위를 하면 그 영화는 그해 최다 관객을 모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출판사가 지난 4년간 SNS에 올라온 데이터 2300여만 건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들이 독서를 결심하는 시기는 당연히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었다. 하지만 독서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시기는 1월과 함께 7, 8월로 나타났다. 몇 해 전부터 출판계에서는 여름 시장에서 벌어 1년을 먹고산다는 말이 있으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여름이 최고의 책 시장이 된 것은 여름 휴가 때문이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 결과만 봐도 휴가철 ‘책’에 대한 언급은 꾸준히 증가했고 휴가 시즌 책에 대한 관심은 실제 책 구매로 이어졌다. 움직이기도 싫은 뜨거운 여름에 공연장이 붐비고, 극장에 사람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도 학생들의 방학일 테니 공연장과 영화관의 여름철 열기와 휴가철 책 인기의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여름 문화 특수(特需)’는 일과 학업에 바쁜 고된 한국인, 문화를 즐기기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한 우리의 일상을 반영한다. 실제로 매년 발표되는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70% 가까이는 더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 읽는다고 답하고 있다.

한국에선 국가 정책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문화는 아직도 후순위이다. 우리가 먹고사는 걱정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고, 문화야말로 돈이 된다는 문화 산업 논리도 화려하지만 문화는 여전히 밥벌이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고, 없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단한 한국인이 어렵게 확보한 여름 문화 시즌 앞에서 르네상스 연구의 권위자 누치오 오르디네의 ‘쓸모 없는 것의 쓸모 있음에 대한 선언’이 떠오른다.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알려주는 선언이다. 오르디네는 ‘쓸모 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이라는 책에서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쓸모의 기준을 ‘소유’와 ‘효용’으로 여기고 모든 정책과 판단은 ‘이윤’과 ‘시장’ 논리로 결정한다고 했다. 이익과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사회에선 경제적 수익을 만들지 않는 것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들고 삶과 정신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문화, 예술, 철학 같은 이윤을 생산하지 않는 잉여가치들. 쓸모없는 것들이다. 쓸모 있는 것들만으로 이뤄진 삶은 얼마나 고단한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프로그램된 기계의 삶일 뿐이다.

그러니 이번 여름 휴가를 떠날 때 가방에 일단 책 한 권 넣어 두자. 책 한 권의 쓸모는 참으로 놀랍다. ch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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