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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1일(火)
김보현 화백 탄생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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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미국 뉴욕은 세계 예술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의 세계 각지 출신 예술가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창의력을 극대화해 불후의 걸작도 적잖게 내놓는다.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널리 알려진 전면 점화(全面點畵) 장르를 창출해낸 김환기 등이 뉴욕을 작품 활동의 본거지로 삼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출신의 예술가로 뉴욕에서 활동한 1세대 중에 선구자 격은 미국 이름이 포 김(Po Kim)인 고(故) 김보현(1917∼2014) 화백이다.

그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동양 정신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추상화로만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게 아니다. 과일이나 채소를 세밀하게 그린 정물화 또한 ‘단순한 식품일 뿐인데도 자연이 키운 생명의 아름다움을 담아내 명상(瞑想)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국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 배경엔 파란곡절(波瀾曲折)의 삶과 불굴의 도전 정신이 있다. 그는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간난신고(艱難辛苦) 속에 법학과 미술을 전공한 뒤 1946년 귀국해 조선대 미술학과 창립을 주도해 학과장을 맡았으나, 때로는 좌익으로, 또 때로는 우익으로 몰려 고문까지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1955년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환교수로 갔던 그는 예정된 2년이 지났으나 귀국 후에 또 겪을 수 있는 고통과 시대의 질곡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불법체류자로 ‘현대 미술의 중심지’ 뉴욕에 눌러앉음으로써 고국과 멀어졌다.

그 이래 그는 세계가 주목해왔으나 한국에선 ‘잊힌 화가’였다. 미국 이주 뒤 서울에서 처음인 개인전을 1992년에 연 데 이어 1995년 예술의전당 대규모 초대전을 계기로 비로소 국내에서도 명성을 되찾았다. 그의 탄생 100주년 회고전 ‘그때와 지금(Then & Now)’이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지난 5월 12일 개막돼 오는 30일 끝난다. 고국과 인연을 끊었던 때도 고국을 그리워하며 “고통은 잊고, 환상적인 것, 아름답고 고통 없는 것을 그리고 싶다”던 그의 대표작들을 ‘흔적’ ‘추상’ ‘천국의 새’ ‘유토피아’ 등 7개 주제로 나눠 놨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맑은 심성의 그가 남긴 “나는 그림을 그 누구를 위해서도 그리지 않았다. 나 자신을 위해 그렸으므로, 그림을 파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말도 새삼 떠올리게 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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