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평의회 도입 논의, 개혁 아닌 개악·후퇴”

법원 내부 비판 목소리 고조
“사법부 독립성 잃게 될 것”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권을 놓고 대법원장·법원행정처와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대통령과 국회·법원이 함께 사법평의회를 꾸려 법관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을 결정하는 식의 개혁안을 내놓자 사법부 내에서는 위·아래 없이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11일 법원 안팎에서는 평의회 도입 논의에 대해 ‘사법 개혁이 아니라 사법 개악이자 후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법원 고위 관계자는 “(평의회는) 기본적으로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법행정이 지나치게 대법원장에게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입법부와 행정부 등 외부에서 사법부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주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도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압이 우려된다”며 평의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관회의 상설화를 통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법관회의 측도 평의회에는 일제히 반대했다. 재경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사법부에 대한 외부의 개입·통제를 막고 자체적으로 사법행정권한을 분산시키고자 법관회의 상설화를 지지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사법 후진국에나 있는 평의회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니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현재 행정부와 입법부가 다수당에 의한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평의회가 도입된다면 사법부마저 다수당의 입김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법관회의 관계자는 “오는 24일 열릴 2차 법관회의 발제를 취합할 예정”이라면서 “아마 평의회에 대한 대응책 등 관련 발제도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관회의 상설화 소위원회(위원장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르면 금주 중 ‘상설화된 법관회의의 규모와 배정기준·권한 등’에 대해 판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지난 7일 있었던 상설화 소위 첫 모임에서는 ‘기존의 판사 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법관회의는 3000명의 판사를 대표할 충분한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서 대표 규모를 늘려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또 현재 판사 대표가 권역별·직급별로 배정되는 탓에 특정 기수에 편중된다는 비판이 있어서 기수별로 판사 대표를 구성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