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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무더기 예매… 7만원 공연티켓을 140만원에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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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0일 개최된 서울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지드래곤 .
- 온라인 암표 거래 기승

정명훈·지드래곤 등 인기공연
‘전쟁’ 끝나면 온라인판매 성황

전문암표상 반복작업 PC이용
좋은 좌석 등 선점해 되팔아

공연계 암표신고 캠페인 벌여
온라인 은밀거래 적발 어려워


3만~15만 원짜리 클래식 공연 티켓이 인터넷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되더니, 중고나라와 티켓베이 등 사이트에 130만 원짜리 표로 둔갑해서 올라왔다. 클래식계의 스타인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달 18일 여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공연 티켓 얘기다. 지난달 21일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오픈한 600석 티켓을 사기 위해 사이트를 찾은 순간 최대 접속자 수는 1812명. 모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 한정된 좌석에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암표’를 살 수밖에 없다.

팬층이 제한적인 클래식계도 이런데, 대중문화 분야에서 암표로 인한 기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지드래곤의 콘서트를 앞두고도 포털 사이트에는 콘서트 티켓을 팔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콘서트가 끝난 지금도 ‘지드래곤 양도’를 검색하면 관련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몇몇 글에는 “1차 신청한 VIP티켓”이라며 반드시 비밀댓글로 말을 걸라는 조건도 달렸다. 장당 10만 원 안팎인 티켓은 무대와 얼마나 가깝고, 잘 보이는지 여부에 따라 1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2000%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도 등장해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지난 1~2일 파이널 콘서트는 전석 7만7000원짜리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최고 140만 원에 팔렸다.

▲  지휘자 정명훈(왼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  Mnet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남성 그룹 워너원.

인기 스타의 공연에는 화려함 이면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암표라는 그림자. ‘알면서도 못 막는’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이 개인적 이유로 공연을 못 보는 이들이 되파는 표의 수준을 넘어 ‘암표 시장’이라고 부를 만큼 비대해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암표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티켓을 사려 한 팬들의 선택권을 제한한 채, 공연을 보려면 부당하게 치솟은 티켓 값을 지급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티켓의 실물과 판매자 신원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팬들이 돈만 입금하고 사기를 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같이 시장을 교란하는 매크로는 공연뿐 아니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예매, 수강신청, 주식 매매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암표를 전문적으로 파는 이들은 어떻게 표를 구할까? 그들도 정식 오픈된 티켓을 제값 주고 구매한다. 다만 ‘매크로’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이 일반 구매자와 다르다. 반복작업을 하는 매크로로 빠르게 티켓 구매를 진행해 대량 예매하거나 좋은 좌석을 선점한 후 되파는 ‘꼼수’다. 매크로를 이용하면 티켓 구매 시 해야 하는 개인정보 입력 등을 사람 손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팬심을 멍들게 하는 암표 논란은 몇몇 개인이 거래하는 표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매크로 암표’에 관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매크로 사용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 암표상들이 활개 치는 이유다. 현행법상 오프라인 암표 판매만 불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판매 행위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매크로 시스템의 작동 및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현장을 적발하기도 어렵다.

초고가 암표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서 공연계에서는 암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팬들이 커뮤니티에서 암표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가수가 직접 거래 근절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수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지난해 9월 콘서트 ‘빠데이7’ 예매를 시작하면서 “SNS와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는 불법티켓 판매글을 신고해 달라. 직접 암표상과 접촉했을 경우 해당 암표상의 신상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사인 CD를 드린다”고 제안했다.

공연 제작 및 유통업계도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뮤지컬 ‘나폴레옹’을 제작하는 쇼미디어그룹은 최근 정규 공연이 아닌 쇼케이스 공연마저 암표 거래의 대상이 돼, 정가 5000원짜리 입장권이 1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를 듣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쇼미디어그룹 박영석 대표는 SNS에 “자사 차원에서도 공정위에 제소방침을 검토해보고 민·형사상 가능한 법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티켓 마켓플레이스인 스텁허브에서는 암표 사기를 막기 위해 ‘팬보호 보장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회사가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자가 표를 받으면 판매자에게 돈을 송금하게 돼 투명한 거래가 보장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치는 암표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의 자정 노력에 기대는 바가 크고, 온라인상에서 얼마든지 우회로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에 암표 문제를 뿌리 뽑기 어렵다.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 중인 매크로 금지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인지현·안진용 기자 loveofall@munhwa.com
e-mail 인지현 기자 / 문화부  인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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