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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품위 있는 그녀, 막장과 품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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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JTBC ‘품위 있는 그녀’는 JTBC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힘쎈여자 도봉순’의 백미경 작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김희선과 김선아가 투톱으로 나서는 작품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한편으론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우려도 있었는데, 시청률 5.8%를 돌파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막장 같으면서도 은근히 막장 아닌 명작이라는 찬사도 쏟아진다.

주인공은 제지회사 둘째 며느리인 우아진(김희선)이다. 그는 빼어난 미모와 덕성, 지성, 감각 등을 모두 갖춘 ‘품위 있는’ 상류층이다. 그의 지휘로 완벽하게 운영되던 집안에 균열이 생긴다. 제지회사 회장인 연로한 시아버지의 간병인으로 등장한 박복자(김선아) 때문이다. 최하류층인 박복자는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회장에게 접근한다. 회장은 노령에다 병환 중임에도 박복자를 탐하다 결국 결혼을 발표한다. 회장이 수십 년 연하인 박복자와 결혼하고, 순박함을 가장하던 박복자가 안주인 행세를 하며 본처 자식들을 기함하게 할 즈음에 시청률이 치솟았다.

기본 설정만 보면 영락없는 막장 아침드라마다. 회장 집안만이 아니다. 우아진에겐 어린 딸이 있는데, 그 딸을 매개로 또래 자녀를 키우는 강남 상류층 부모들과 모임을 가진다. 그 상류층 세계에선 불륜이 일상이다. 우아진의 남편도 결국 화가와 바람이 난다. 이들은 준재벌급에 중소자산가 정도 되는 상류층인데, 그 위에 군림하는 초상류층 사모님도 집안에선 연로한 남편 시중을 드는 수십 년 연하의 부인이다. 남편의 사랑은 물론 더 젊은 다른 여성을 향한다. 아침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설정인 것이다.

그런데도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자극적인 설정 그 이상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한민국 상류층 탐구다. 천민자본주의라고 할 정도로 품위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상류층의 민낯을 이 작품은 ‘품위 있는 그녀’라는 역설적인 제목으로 들여다본다. 단지 돈이 많을 뿐인데 그것을 자신들의 품위라고 믿는 천민성과 끝을 모르는 욕망, 과시를 위한 경쟁이 그 세계의 기본을 이룬다.

JTBC는 이미 막장을 가장한 상류층 탐구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김희애의 ‘밀회’다. 여기선 초상류층의 세계를 그렸다. 이번엔 ‘품위 있는 그녀’가 김희선을 내세워 강남 준재벌의 일상을 그린다. ‘밀회’도 연상연하 불륜 설정이었지만 상류층 묘사로 명작 반열에 올랐다. ‘품위 있는 그녀’가 그 뒤를 이으며 JTBC의 또 다른 성공작이 되고 있다.

여기서 김희선은 ‘인생 캐릭터’라 할 만한 활약을 펼친다. 그야말로 ‘품위 있는 상류층’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가 우아진에게만 감정이입하면서 그의 세계를 위협하는 박복자를 적대시하게 된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타려는 하류층을 상류층의 입장에서 단죄하는 것이다. 결국 김희선이 계급 수호자로 작용하는 구도다.

반면에 ‘밀회’에선 김희애가 초상류층의 문제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였다. 내부고발보단 가정을 수호하는 주부가 더 시청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품위 있는 그녀’가 ‘밀회’보다 사회성은 낮지만 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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