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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3일(木)
(1165) 56장 유라시아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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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호가 ‘우리식당’의 단골이 된 것은 ‘콩나물국밥’도 맛이 있었지만 식당주인 김영태와 동향이었기 때문이다. 김영태가 태어난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이응호의 선산이었던 것이다. 이응호가 물어본 고향 사람 대부분을 김영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상관면 앞을 지나는 이름도 없는 개울에 고기가 많았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하면서 둘은 감격했다. 오늘도 이응호는 가게 문을 닫자마자 정연옥과 함께 ‘우리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오늘 저녁 메뉴는 한정식에 ‘순록구이’다. 순록 고기를 양념갈비처럼 구운 것인데 싸고 맛이 좋아서 이응호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어르신, 새우젓을 좀 드릴까요?”

김영태가 다가와 물었으므로 이응호가 활짝 웃었다.

“어, 좋지. 역시 고향 사람의 입맛이 비슷혀. 고기 비린내를 없애려면 새우젓이 최고지.”

곧 김영태가 잘 삭힌 새우젓을 가져다 놓더니 옆쪽에 앉았다.

“중앙아시아의 우리 동포들이 나라를 찾은 것처럼 좋아한다는군요.”

“암, 그렇지. 그보다 더 감격하겠지.”

이응호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스탈린이 동포들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을 때 모두 재산을 빼앗기고 몸뚱이만 갖고 쫓겨났지.”

“그렇지요.”

김영태가 이응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거지가 되어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된 동포들은 다시 그곳에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성공했다. 그런데 또 중앙아시아 각국이 소련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동포들은 차별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국민(自國民) 위주의 정책을 편 중앙아시아 각국으로선 고려인은 외국인일 뿐이다. 이응호가 소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100년간 뭉친 서러움이 이번 유라시아연방의 탄생으로 단숨에 날아갔겠지. 나 같아도 춤을 추었겠네.”

이응호의 주름진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어졌고 습기가 차오른 눈이 번들거렸다.

“우리 한민족이 얼마나 한(恨)이 많은 민족이었는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선 말기에서부터 36년간의 일제강점기, 그리고 겨우 타력(他力)에 의해 해방을 맞고 나서 6·25전쟁, 그 참화를 겪은 후에 60여 년간의 남북 대치기간…….”

이응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옆자리의 한국인들도 조용해졌다. 함께 듣는 것이다. 이응호가 긴 숨을 뱉고 나서 말을 맺었다.

“이번 유라시아연방은 칭기즈칸의 원(元)제국도 비교가 안 되는 대업(大業)이네. 그리고 이것은 우리 한민족 모두가 함께 이뤄낸 쾌거일세.”

그때 옆자리의 한국인 넷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40대쯤의 사내들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박수를 치면서 소리쳤다.

“동감합니다, 어르신.”

그때 옆쪽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술병을 들고 다가와 이응호에게 권했다.

“어르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술병에 ‘대동강 소주’라고 적혀 있다. 북한에서 온 사내들이다. 이응호의 잔에 술을 채운 사내가 선 채로 말했다.

“어르신, 요즘 북한에서는 역사교과서에 이승만 박사의 독립운동과 남한의 정부 수립 과정까지 실려 있습니다. 저는 이승만 박사가 이 모든 대업의 기반을 마련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마침내 이응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한마디 했다.

“김일성 장군님도 위대한 분이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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