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9.25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3일(木)
(1165) 56장 유라시아 - 18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응호가 ‘우리식당’의 단골이 된 것은 ‘콩나물국밥’도 맛이 있었지만 식당주인 김영태와 동향이었기 때문이다. 김영태가 태어난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이응호의 선산이었던 것이다. 이응호가 물어본 고향 사람 대부분을 김영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상관면 앞을 지나는 이름도 없는 개울에 고기가 많았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하면서 둘은 감격했다. 오늘도 이응호는 가게 문을 닫자마자 정연옥과 함께 ‘우리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오늘 저녁 메뉴는 한정식에 ‘순록구이’다. 순록 고기를 양념갈비처럼 구운 것인데 싸고 맛이 좋아서 이응호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어르신, 새우젓을 좀 드릴까요?”

김영태가 다가와 물었으므로 이응호가 활짝 웃었다.

“어, 좋지. 역시 고향 사람의 입맛이 비슷혀. 고기 비린내를 없애려면 새우젓이 최고지.”

곧 김영태가 잘 삭힌 새우젓을 가져다 놓더니 옆쪽에 앉았다.

“중앙아시아의 우리 동포들이 나라를 찾은 것처럼 좋아한다는군요.”

“암, 그렇지. 그보다 더 감격하겠지.”

이응호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스탈린이 동포들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을 때 모두 재산을 빼앗기고 몸뚱이만 갖고 쫓겨났지.”

“그렇지요.”

김영태가 이응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거지가 되어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된 동포들은 다시 그곳에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성공했다. 그런데 또 중앙아시아 각국이 소련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동포들은 차별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국민(自國民) 위주의 정책을 편 중앙아시아 각국으로선 고려인은 외국인일 뿐이다. 이응호가 소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100년간 뭉친 서러움이 이번 유라시아연방의 탄생으로 단숨에 날아갔겠지. 나 같아도 춤을 추었겠네.”

이응호의 주름진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어졌고 습기가 차오른 눈이 번들거렸다.

“우리 한민족이 얼마나 한(恨)이 많은 민족이었는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선 말기에서부터 36년간의 일제강점기, 그리고 겨우 타력(他力)에 의해 해방을 맞고 나서 6·25전쟁, 그 참화를 겪은 후에 60여 년간의 남북 대치기간…….”

이응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옆자리의 한국인들도 조용해졌다. 함께 듣는 것이다. 이응호가 긴 숨을 뱉고 나서 말을 맺었다.

“이번 유라시아연방은 칭기즈칸의 원(元)제국도 비교가 안 되는 대업(大業)이네. 그리고 이것은 우리 한민족 모두가 함께 이뤄낸 쾌거일세.”

그때 옆자리의 한국인 넷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40대쯤의 사내들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박수를 치면서 소리쳤다.

“동감합니다, 어르신.”

그때 옆쪽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술병을 들고 다가와 이응호에게 권했다.

“어르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술병에 ‘대동강 소주’라고 적혀 있다. 북한에서 온 사내들이다. 이응호의 잔에 술을 채운 사내가 선 채로 말했다.

“어르신, 요즘 북한에서는 역사교과서에 이승만 박사의 독립운동과 남한의 정부 수립 과정까지 실려 있습니다. 저는 이승만 박사가 이 모든 대업의 기반을 마련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마침내 이응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한마디 했다.

“김일성 장군님도 위대한 분이셨지.”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市공무원들 ‘부글’… ‘朴시장 3選’ 거부 움직임 확산
▶ 中 ‘한반도 전쟁 대비론’ 제기… “비상계획 필요해”
▶ ‘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도…
▶ 강용석, 故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변호 거부…이유는?
▶ 추석 선물이 ‘전쟁가방’…한반도 긴장에 불안한 시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18일 공무원 또 극단적 선택 “외부인사만 중용 조직 무너져” “인사 대탕평 필요” 목소리도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서 시장 3선 도전을 사실..
mark추석 선물이 ‘전쟁가방’…한반도 긴장에 불안한 시민
mark故김광석 부인 서씨, 25일 JTBC ‘뉴스룸’ 출연
中 ‘한반도 전쟁 대비론’ 제기… “비상계획 필요..
‘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
TK·PK “보수 무혈입성은 없다”… 민주 도전장..
line
special news 아이유 “새 앨범에서 ‘故 김광석 노래’ 뺍니다..
아이유, 10월로 출시 연기 “듣는 분들 불편할 것 같아…”“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

line
낡은 ‘파견法’ 얽매인 정부… ‘不法’ 뒤집어쓴 ..
與러브콜에 親安-호남 나뉘는 국민의당
“평양 거리엔 ‘核보유 야망’이 흘러넘쳤다”
photo_news
힐링 주고 박수칠때 문닫은 ‘효리네 민박’
photo_news
강용석, 故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변호 거부…이유는?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16) 59장 기업가 - 9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결혼식 하객 예절 2
mark결혼식 하객 예절
topnew_title
number ‘이명박·최순실 재산환수단체’ 출범…여권發..
‘어떻게 내 아내와’···술자리서 성관계한 지인..
청탁금지법 여파… 공급 24% 줄였는데도 추..
“살찐 남성, 정자 줄고 질도 나빠 임신율 떨..
“脫원전은 ‘核 자위권’ 싹 자르는 일… 전략적..
hot_photo
미스 터키 하루만에 ‘왕관’ 박탈…..
hot_photo
UFC ‘마에스트로’ 김동현, 고미에..
hot_photo
상가 돌진한 음주운전 에쿠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