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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혁신의 산실 ‘工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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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애플 아이팟에 영감을 준 MP3 재생장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작인 동창회 관리 프로그램. 공통점은 한국이 원조라는 사실이다.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쪽은 미국 IT계 거물들이다. 2010년 출시된 아이패드도 그보다 19년 전인 1991년 제록스 부설 팔로알토연구소(PARC)가 내놓은 시제품 ‘파크 패드’로부터 나왔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은 이 시대의 당위다. 한데 혁신의 역사에서 퍼스트 무버는 대부분 실패자로 남았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다수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이 아니다. 타자기·공기타이어·자기테이프 등이 그랬다. 후발자의 실패율이 8%인 반면, 선도자는 47%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퍼스트 무버의 역설은 어디에서 오는가. ‘축적의 시간’(2015)의 후속편 ‘축적의 길’(2017)에서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스케일업(Scale-up)’이 그 요체임을 밝힌다.

스케일업은 아이디어를 실제 생산과 비슷한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끈적한 지식’을 얻게 된다. 관건은 끈기다. 3M의 포스트잇도 출시까지 12년 걸렸다. 혁신 기업의 몸놀림이 재빨라 보여도 이면에는 느리고 꾸준한 축적 과정이 있다. 변하려면 변하지 말아야 한다.

스케일업에 꼭 필요한 것이 제조 현장이고, 실행 역량이다. 미국이 2014년 ‘메이킹 인 아메리카’ 기치를 내걸고 자국 기업의 유턴에 올인해온 것은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제조업을 내보냈더니 혁신활동도 같이 나가더라는 것이다. 그 빈틈을 제조업이 탄탄한 독일·일본이 파고들었다. 두 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혁신의 큰 줄기에서 비켜선 듯 보이지만, 뒤에서 실속은 다 챙기고 있다. 제조업은 혁신을 담는 그릇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14조 원으로 세계 제조업체 중 수익 1위에 올랐다. 미 기술기업 4인방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마저 넘어섰다. 혁신의 상징인 FANG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분야다. 삼성이 다른 건 실행역량이 탁월한 ‘공장(工場)’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요 몇 년 새 FANG이 너나없이 제조·유통 현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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