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국정원 ‘제자리 찾기’ - 上>정권 교체 때마다 개혁 수술대… 번번이 용두사미

YS, 대공수사권 박탈했다 환원
DJ, 안기부 → 국정원 명칭 변경
盧, 주례대면보고 폐지 ‘힘빼기’
MB, 직원 자질 기준·처벌 강화

국가정보원은 정부 교체 시기마다 개혁 수술대에 올랐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차단을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직무 범위 축소, 외부통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개혁은 번번이 실패했다.

김영삼 정부는 처음으로 민주적 통제의 관점에서 국정원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내란외환죄와 반국가단체범죄 등을 제외한 대공수사권 일부를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안기부법을 대폭 개정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도 이때 설치됐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1996년 말 국가보안법상의 수사권을 다시 되돌려주는 개악 법률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김대중 정부는 안기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참다운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1999년 명칭과 원훈 개정 작업에 나섰다. 명칭을 안기부에서 현 국정원으로 바꾸고, 원훈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국정원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국정원에 대한 제도 개혁은 이뤄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의 탈정치·탈권력화의 일환으로 대통령 주례 대면보고를 폐지했다.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최초로 도입됐다. 당시 국정원은 정보 역량 극대화를 위해 조직 슬림화와 인력 재배치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정원 혁신 방안을 담은 ‘비전 2005’를 수립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독대 금지를 5년 내내 실천하며 국정원의 힘을 뺐지만 국내 파트의 정보 수집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 직원의 자질(정치중립·도덕성 등)에 대한 기준과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국정원 개혁에 나섰다.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횡령·유용, 비밀누설, 정치관여, 직권남용 등의 비리를 저지른 직원의 징계시효를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국정원 차원의 댓글 부대를 운영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파기환송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에 정권 초기 국정원에 대한 개혁을 예고했지만,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평가다. 2014년 국회의 ‘국정원 개혁특위’ 운영 결과에 따라 국정원 직원의 정당·언론사 상시 출입 금지조치 등이 단행됐지만, 이후로도 출입이 ‘담당’으로 바뀌었을 뿐 정보 수집 활동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