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서울대 사태 개입” 압박하는 시민단체

- 서울대·총학 ‘시흥캠퍼스 해결 협의회’ 합의 하루 만에

■시민사회 공동대책회의 회견

김상곤 교육부장관 면담 요구
학생도 참여… 합의 진정성 의문
대학측 “대화과정 험난할 듯”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 탄압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회의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면담과 서울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학내에서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 구성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만에 시민단체가 전면에 나서면서 갈등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합의문에 서명한 총학생회 관계자까지 이날 회견에 동참하면서, 학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공동대책회의는 이날 회견에서 “시흥캠퍼스의 문제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학 상업화와 취약해지는 대학 공공성 훼손은 대한민국 대학 공통의 문제로 시흥캠퍼스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정부가 그 문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은 학벌 지상주의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사업이고 영리시설과 상업시설 유치, 수익사업에 대한 과도한 재정적 의존 등으로 대학 상업화를 불러오는 등 대학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협의회 운영 기간 시흥캠퍼스 건물공사를 시작하지 않기로 했고, 농성 과정에서 기물을 파손한 학생들에 대한 경찰고발도 철회하는 등 대폭 양보를 했다. 성낙인 총장은 전날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학내 갈등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바로 다음 날 공동대책회의가 ‘정부가 개입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진통 끝에 이뤄진 학내 합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날 회견에는 전날 합의문에 직접 서명한 임수빈 부총학생회장 등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학생들이 기존과 같은 투쟁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앞으로의 대화 과정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