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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3일(木)
“北의 對美 비난 레토릭은 전술 차원이 아닌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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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 연출? 1977년 조선중앙연감에 실린 김일성 사진(위)과 2012년 공군부대를 시찰한 김정은의 사진(아래)은 의도적으로 연출한 듯 비슷하다. 북한의 ‘반제·반미’ 레토릭은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까지 문구가 거의 유사하며, 북한에 깊이 내면화된 신념이다. 출판사 선인 제공

김성학 美 타임誌 한반도 담당 수석기자 ‘전갈의 절규’ 출간

북한의 ‘미국 본토 핵타격’ 등 대미 공언은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북한의 대미 비난 레토릭은 전술적 수사인가, 신념의 토로인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한반도 담당으로 10년간 북한 이슈를 취재해온 김성학(Stephen Kim·사진) 수석기자는 “북한의 대미 불신은 김일성의 반제항일투쟁에 시원을 두면서 이후 국가·체제·정권 안보의 틀 속에서 구조적으로 내면화한 것으로, 전술적 수사가 아닌 신념의 토로”라고 말한다. 2009년 초 김정은의 후계확정 단독 보도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협상가(Negotiator)’란 제목의 타임 커버스토리 인터뷰를 했던 김 수석기자는 최근 김일성부터 김정일-김정은에 걸친 거의 모든 대미발언과 행동을 비교·분석한 ‘전갈의 절규-북한의 대미 불신의 기원과 내면화’(선인)를 펴냈다. 그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1947년 공산주의 확산 저지를 선언한 ‘투르먼 독트린’으로 미소냉전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김일성이 반제투쟁의 기치를 걸고 보여온 대미 인식은 현재 북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김일성과 이후 김정일-김정은의 연설문 또는 북한 관영매체나 역사서의 대미 비난 논리는 시사적 문구만 빼면 서로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일치한다”고 말한다.

해방 후 정치적 위상이 취약했던 김일성은 보잘것없는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과장해 자신의 정통성으로 삼았다. 그는 일본제국주의를 대체할 주적으로 ‘미제국주의’를 지목해 대내 권력투쟁에 이용하고, 반제반미투쟁을 격화해 한국전쟁을 도발한다. 저자는 “빨치산파인 김일성은 해방 직후 연안파, 소련파, 국내파(남로당) 등의 견제로 권력기반이 취약했다. 김일성은 반제 기치를 내걸어 스탈린의 신임을 얻고, 제국주의 전쟁으로 명명한 한국전쟁과 이후의 과정에서 박헌영을 미제간첩으로 모는 등 대부분 정적을 숙청해 권력을 장악했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의 극심한 피해는 미제의 탓으로 돌려졌고, 김일성은 ‘반제 전쟁’ 승전의 영웅으로 추앙됐다. 반제·반미는 이를 포기하면 정권의 정통성이 부정되는, 어찌 보면 내려올 수 없는 ‘호랑이 등’인 셈이다. 이후 정권 유지를 위해 안보 불안을 끝없이 부추기며 반제·반미를 선동해 대미 불신은 북한 당국자와 주민에게 뿌리 깊게 내면화됐다.

정치학 박사면서 핵기술 문제에 밝은 저자는 이 책에서 내면화된 북한의 대미 불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부시 행정부 시절 제네바기본핵합의 붕괴를 들고 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 이후 미국이 배신할 경우를 대비해 경수로를 ‘물리적 담보’로 집요하게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핵무기 공장’으로 전용될 수 있는 경수로를 북한 정권에 내주고 싶지 않았다. 저자는 “제네바합의는 탄생과 함께 그 종말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가 분석한 경수로의 정치군사적 효용가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수로는 ‘비핵확산용(proliferation-resistant)’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3개월만 가동하고 원자로를 셧다운해 핵연료를 모두 인출하면 무기급 플루토늄을 100㎏ 정도 얻을 수 있다. 1년 이상 풀가동한 사용후 연료봉에서 얻는 원자로급 핵분열물질로도 나가사키(長崎)급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가동함으로써 제네바합의를 위반했다고 단정한다. 북한이 2010년 저명한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영변으로 불러 원심분리기 2000기가 가동되는 것을 공개했는데, 이를 구축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미국이 물증 없이 억지를 부린다’고 주장해왔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미국이 합의를 위반하고 북한에 불이행 책임을 뒤집어씌웠다’는 피해의식을 가장한다. 저자는 “비핵화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대로 경수로 제공을 담보로 요구할 것이고 과거 합의 때 제공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거액의 전력손실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자가 실타래처럼 꼬인 북한 핵을 풀기 위해 현재 남한의 새로운 ‘협상가’에게 던지는 시사점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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