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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3일(木)
北核 해법의 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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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적어도 역대 미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에게 애들레이 스티븐슨(1900∼1965)은 ‘전설’로 통한다. 그는 1962년 10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소련의 발레리안 조린 대사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통역 기다리지 말고 말해요. 예스(Yes) 아니면 노(No)!”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를 발뺌하던 조린은 “적절한 때 알게 될 것”이라며 물러섰다. 스티븐슨은 “지옥이 얼어붙을 때까지 기다리겠소”라면서 U2 정찰기가 촬영한 핵미사일 항공사진을 증거로 던졌다.

현역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5일 안보리 연설은 55년 전 애들레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헤일리 대사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꾹꾹 누르면서 “시간은 없고, 행동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우리가 함께 움직이면 재앙을 막을 수 있고, 실패하면 다른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 대사와 러시아의 차석 대사를 다그쳤다. 그 다른 방안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시설 파괴라는 군사적 작전을 의미한다는 것에는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혼돈 지대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사는’ 시대가 펼쳐졌을지도 모른다는 몽상도 존재하고,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1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나왔던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힘이 없다는 것이 뼈아프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목도한 고뇌의 출발로 여겨져 다행스럽다.

문 대통령의 북핵 인식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꺼냈던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남북관계 운전자론도 대의멸친(大義滅親)의 자세로 돌아봐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오너십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자동차가 국제사회의 질서에 역주행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멈춤과 출발, 빨강과 파랑의 신호를 준수하지 않고 움직인다면 통제자는 운전자를 제지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쳐 형성된 국제질서의 설계자가 미국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확고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은 과거 수많은 행정부가 실패한 정책이고, 우리는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10일 말했다. 미국의 북핵 해법은 북한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고강도 제재와 압박이다. 문 정부의 핵 동결 후 해체, 대화 및 지원의 병행론과는 다르다. 북핵이 남북한 내부의 문제라면 월권일 수 있지만, 핵 탑재 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로 북한의 창고에 핵미사일이 쌓여 통제 불능으로 간다면, 마지막 시점에 미국은 그 다른 방안을 놓고 ‘예스 아니면 노’ 사이에서 동의성 답변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안보 위기에 대처하는 미국의 방식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문 대통령은 이상이 아닌 현실에 기초한 북핵 해법을 결정해야 한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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