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광역단체장에 듣는다>“조선업 실직사태… 3D프린팅 등 新산업 고용창출로 넘을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지난 11일 울산 남구 신정동 시청 집무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성장산업 육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 ⑧ 김기현 울산시장

1년새 조선업체 127곳 줄고
근로자수도 1만7600명 급감

전국 첫 조선업 희망센터 운영
작년 6월부터 2200명 재취업

게놈 산업화 등에 집중 투자
시간 걸려도 미래 먹거리 준비

R&D기관 확충·관광업 활성화
대기업 의존 구조 다변화 시도

“최근 수년간 울산의 고용시장에는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쳤습니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원청사는 물론 협력업체에서 퇴직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고, 이로 인해 울산에는 인구 감소, 부동산가 하락 등 극심한 후폭풍을 맞았죠.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용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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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시장실에서 만난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이 지금처럼 일자리가 절박한 시기는 없었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화학 등 3대 주력산업과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에 사실 일자리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였다. 하지만, 이번 조선업 불황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에 치우쳐 있는 고용구조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에 김 시장은 이 같은 문제점 해소를 위해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미래 세대에게 제공하는 ‘울산형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이 울산의 고용에 어떤 타격을 입혔나.

“울산의 3대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이 수년째 불황을 겪으면서, 먼저 실직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올 5월 말 기준 조선업 관련 업체수가 1033개사로, 1년 전의 1160개사보다 127개사가 줄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근로자 수도 지난해 5만7600여 명에서 올해는 4만여 명으로 1만7600여 명이 줄었다. 이 때문에 고용률도 5월 말 기준 60%로 전국 평균 61.3%에 비해 1.3%포인트가 낮았다. 실업률도 3.5%로 1년 전의 3.3%보다 다소 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고용률이 조금씩 올라가고, 실업률은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다 조선업도 올 들어 서서히 수주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고용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조선업 퇴직자들을 위한 시의 역할은.

“지난해 6월 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조선업 희망센터’를 통해 취업을 많이 알선했다. 1년여 동안 이곳에서 재취업을 요청한 민원인에게 취업알선과 맞춤형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모두 2200명이 재취업했다. 전체 민원인의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조선업 실직자를 대상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중소기업 등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운영한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62명을, 울산테크노파크의 조선업 퇴직자 1대1 맞춤형 취업매칭으로 50명을 각각 취업시켰다. 여기다 지난 6월에는 에쓰오일 석유화학복합시설 건설현장에 조선업 퇴직자를 우선 취업시키기로 업무협약을 체결, 많은 퇴직자들이 재취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쯤이면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울산의 고용 구조는 어떤가.

“사실 울산은 대기업이 밀집해 있어 고용시장도 대기업에 너무 종속돼 있다. 그렇기에 대기업이 기침을 할 정도면,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는 감기에다 몸살을 앓을 정도다. 현대중공업 불황으로 협력업체에서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에도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절실하다고 본다. 울산시도 이제 대기업보다 강소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월드클래스 기업과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지원에 나섰고, 3D프린팅 산업, 게놈기술 산업화 등 신성장산업 육성에도 팔을 걷었다. 아울러 투자유치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땀을 쏟고 있다.”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

“4차산업 혁명시대에 맞춰 3D 프린팅 전문인력 양성을 들 수 있겠다. 울산시는 3월 울산폴리텍대학에 전국 최초 3D프린팅학과를 신설했고, 오는 2019년까지 3D프린팅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선 공약사업인 ‘국립 3D프린팅 연구원’을 설립, 3D프린팅 산업 발전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앞으로 수년이 지나면 가정에서도 3D프린팅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3D프린팅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만큼, 이 산업이 향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건 아닌지.

“물론 지금 시작하는 사업들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서서히 미래먹거리 산업을 준비해야 자연스레 미래 세대들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갑자기 일자리를 만들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신성장산업 육성 외에도 2014년 시장 취임 후 연구·개발(R&D)기관을 15개나 추가 설립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 기관에서 만드는 기술들이 곧 창업으로 이어지면 곧바로 일자리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일자리만 추구하지 않고 미래의 일자리에 투자할 계획이다.”

―울산은 너무 제조업 중심 일자리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닌가.

“울산은 그동안 기업도시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태화강 대숲, 대왕암공원 등 우수한 관광상품도 많다. 실제 올해를 ‘울산 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객을 유치한 결과 6월 말 현재 352만 명이 울산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만 명에 비해 212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니, 지역 여행사도 늘어나고 관광지 주변 요식업계도 손님이 늘어 곳곳에서 일자리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울산만의 관광 강점을 살려 더욱 공격적인 관광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울산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어떤가.

“솔직히 울산은 그동안 청년 일자리의 사각지대였다. 그래서 올해부터 울산 청년들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올초에는 청년종합대책을 마련, 53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 취업과 창업을 도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 중소·중견기업 채용 연계형 산업인턴제 시행을 통해 50명이 취업했고, 지역 기업과 청년 교류활성화 사업을 통해 25개 업체에 250여 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하반기에는 130억 원 규모의 ‘울산청년창업펀드’를 조성, 울산지역 청년의 창업투자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청년들이 실제 창업을 하고 성공한 사례는 있나.

“울산시가 지역 청년들의 창업 공간을 지원하는 ‘톡톡팩토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마땅한 장소가 없는 청년창업자에게 공장과 각종 시설을 무료로 지원해 줘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해 문을 연 톡톡팩토리에는 지금 7개의 청년 사업가들이 입주해 성공을 위한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미 한 여성 청년 사업가가 만든 ‘단디만주’라는 빵은 벌써 울산의 대표적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청년 창업가들이 만든 제품을 직접 판매할 기회를 제공해 성공적인 창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톡톡스트리트’도 인기다. 이곳에는 현재 17개의 업체가 입주, 영업을 하고 있는데 실적이 좋다. 청년창업가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 이 두 가지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앙정부가 할 역할은.

“지난 대선 때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이 많았다. 울산의 경우 3D프린팅 신성장산업 육성과 조선·해양플랜트 연구원 설립 등의 대선 공약이 있는데 이 모두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이행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