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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4일(金)
“농촌문제의 해답은 들녘에… 年10만㎞ 이상 현장 달려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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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업박물관 입구 벽면에 걸린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에 나오는 글귀가 새겨진 액자 앞에서 “누가 농촌에 희망이 없다고 하느냐. 농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김 병 원 농협중앙회장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쥐고 있을 것입니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의 농업박물관 입구에 걸려 있는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 글귀다. 지난 7일 그 액자 앞에서 처음으로 작은 지게를 졌던 어린 농군 시절을 회상하는 김병원(64) 농협중앙회 회장은 명패를 앞세워 위세를 보이려는 여느 협회장들과는 달랐다. 더 따져볼 것도 없이 영락없는 ‘농촌 운동가’였다. 농협에 발을 들여놓은 뒤 40년 가까이 간직해온 애농애민(愛農愛民)이 인터뷰 내내 가감 없이 전해져 왔다.

농촌의 민복(民福)을 등대 삼아 묵묵히 걸어가는 구도자 같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조직 안팎에서 “농협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관료화한 구습이 더러 남아 있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읽히지만, 농민(조합원)의 외면과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조직 논리와 타성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분명했다. 김 회장은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농협의 모든 시스템을 조합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농촌 현장이나 사업장을 찾아 소통하는 ‘현장 회장’으로도 유명하다.

“64년 평생 이렇게 시간을 쪼개 써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무실보다 들녘에 나서면 문제점과 해결방법이 보인단다. 취임 후 1년간 농촌 현장과 계열사 등을 방문한 게 200여 회, 이동 거리는 10만㎞ 정도다. 서울∼부산을 120
회 정도 왕복한 셈이다. 김 회장은 “그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농협 임직원들의 마음에 농심(農心)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회장(임기 4년)에 취임한 지 1년 3개월 정도가 지났다.

“개인적으로는 1978년 농협에 들어와서 40여 년이 돼간다. 늘 농민들과 함께 해왔지만, 지난 1년여간 농촌 현장에서 그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었고, 10만 농협 임직원이 농민들의 땀을 같이하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해서 농협의 정체성을 살리고 있다. 그 변화에 동참한, 작은 개혁을 하는 데 함께 해주는 농민들이, 임직원들이 고맙다.”

―농협 구성원들 사이에 불만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농심’과 소통을 강조해 왔는데.

“농협은 ‘농업인이 주인이고,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다. 농심과 협동조합 정체성을 갖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이념중앙교육원을 개원했다. 2박 3일 일정의 교육인데 지난해에만 1297명이 수료했다. 올해는 3600명으로 확대했다. 이론교육도 있지만, 1박 2일 농촌체험이 들어 있다. 5만 원(민박비용)씩 주고 농민이 사는 집에서 밥 한 끼 얻어먹으며 자고 오라고 했다. 1330여 개 마을에서 자면서 일손을 돕고 애로를 듣고 왔다. 농민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실 직원들 사이에 불만도 꽤 있다고 들었다. 불편하고 견디기 힘들었을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1박 2일을 지내고 나면 누구나 농촌과 농민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극심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을 때 직원들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우리 직원들이 이제 정말 농촌을 이해하려 하는구나, 결국은 가슴에 잠들어 있던 농심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구나 생각했다. 정말 뿌듯했다. 농협이 진짜로 변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농협의 정체성 찾기인데, 배경이 무엇인가.

“어떤 기관이든지 간에 중요한 원칙과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농협은 그동안 바쁘다 보니 그런 것이 그냥 밑에 깔려버려 찾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농협 역사가 56년이다. 농협은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역할을 해 왔다. 5년 전에 외부 용역을 줘서 농협의 존재가치를 따져보니 24조 원에 달하더라. 존재만으로도 공익적 가치가 그 정도다.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소득 3700만 원 시대를 여는 데도 농협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고도 농협이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왜 그럴까 고민했다. 단편적으로 보면 농협은 그동안 발전해온 과정에서 경영 안정이 시급했다. 이후 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다음에는 다른 목표로 빨리 전환했어야 했다. 농민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의 모형으로 변화했어야 하나, 그걸 못하고 계속해서 경영이 중시되는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다.”

―농협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닌데, 그걸 추구한 것이 잘못이라는 뜻인가.

“주식회사는 최대이윤이 목적이지만, 농협은 비영리법인으로서 필요이익 정도만 남기면 된다. 이는 경영보다 중요한 게 농민들을 잘살게 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조합원이 잘살게 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데, 경영의 틀에서 농민 중심으로 가는 체제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지금까지 농협이 국민에게 이쁨을 못 받았던 원인이 거기에 있다. 그것을 내가 바꿔야겠다고 판단해 쇄신작업들이 벌어진 것이다. 농협의 발전보다 농민의 발전을 앞세워야 하고, 농민이 잘살면 농협은 자동적으로 발전한다. 그러면 발전하지 말라고 해도 발전하게 돼 있다. 그래서 10만 명 임직원의 마음을 농심으로 채워 보자고 했다.”

―요즘 농협 직원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지금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손돕기의 경우에도 10만 명 임직원 가운데 5만 명 이상이 현장에 가서 일손을 도왔다. 과거에 농촌일손돕기는 오전 10시나 돼야 현장에 도착해서 준비하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1시간 정도 일하다가, 멀리 가야 한다고 차 타고 가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농민 입장에서는 일손돕기가 아니라 그냥 성가신 손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오전 9시 이전에 가도록 하고, 오후 4시까지는 일을 해주고 오도록 했다. 지난번에 500명 임직원과 함께 경남 함양에 갔는데, 직원들이 일을 진짜 잘하니까 인근 농민들이 모두 나와서 도와 달라고 하더라. 그날 경남 직원들은 오후 6시가 넘도록 일해 주고 왔다.”

김 회장은 “농협 직원들이 정말 많이 변했다”면서 한참 동안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근 우박이 떨어져 피해를 본 전남 담양군의 농가를 방문했을 때 일이란다. 3중의 비닐하우스가 우박에 뚫려 멜론, 파프리카, 오이 등의 농작물 피해가 커질 판이었다. 곧바로 비닐을 교체해야 하는데, 김 회장은 혹여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악덕업자가 비싼 값을 부르지나 않을지 걱정돼 말해 뒀더니 담당 직원이 전속 계약한 업자에게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오히려 20% 할인 약속을 받아 왔다. 조합장들이 공동구매해서 1주일 만에 피해 농가의 비닐을 모두 교체했다. 김 회장은 “과거에는 농협 회장이 지시해도 직원들이 검토한다면서 1~2개월을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한 듯했다.

―취임 이후 파격적인 조직혁신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만한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강도 높은 조직혁신을 추진했다. 지난해 교육·홍보·법무 등 계열사 간 중복 관리 기능을 통합했다. 해외사무소 4곳도 폐쇄해서 관련 기능을 자회사로 이관했다. 전체적으로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했다. 반면에 농민 소득 증대에 필요한 부서는 과감하게 확대했다. 농촌지원부를 농가소득지원부로 개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미래경영연구소와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반복되는 가축 질병에 대응하는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조직이 단순하지만 효율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농협이 지난 2012년에는 중앙회-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사업구조를 개편했고, 올해는 경제지주가 본격 출범하는 원년이다. 조직을 쇄신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농협은 경제사업과 금융사업, 지도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다 보니 조직과 인력이 커져 왔다. 그러나 농협의 존재이유는 변하지 않는다. 농업인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법 제1조에는 설립목적이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농협의 모든 사업과 경영은 농업인 실익, 소득 증대에 맞춰져야 하고, 그렇게 추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협이 변화한다고 해서 농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지 않고 커지는 게 현실이다. 농촌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도시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전체 농가수는 1980년 216만 호에서 2015년 106만 호로 50%가 줄었다. 농촌인구도 같은 기간 1083만 명에서 249만 명으로 77% 감소했다. 그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6.8%에서 40.3%로 늘었다. 농촌인구 감소로 지역사회 해체 위기 수준인 게 사실이다. 김 회장에게 대놓고 물었다.

―자식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아들이 둘인데, 큰놈은 사업을 하고 작은놈은 월급쟁이다. 한 놈이 더 있으면 농사를 권했을 거다. 내 조카가 농업대학을 졸업한 뒤 공장에 다녔다. 그런데 형님이 돌아가신 뒤 조카가 내게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비닐하우스를 200평(660㎡) 규모에 10동을 짓게 했다. 수박, 고추, 시금치 3모작을 하는데 연간 1억 원 이상씩 판다. 그 또래 회사원들은 대개 4000만∼5000만 원을 버는데 조카 부부는 진짜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어서 잘산다. 도시에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지 못할 바에는 농촌으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농협에서 장학금을 주고 있다. 졸업한 뒤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 컨설팅과 지원도 해준다. 그게 바로 농촌 일자리 창출이다.

적극적으로 농촌 일자리를 창출해서 농촌의 빈 공간에 젊은이들이 들어가도록 만들겠다. 정부의 일자리위원회에도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농촌에는 절대적으로 희망이 있다.”

―미래학자들은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꼽고 있지만 사양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많다.

“농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부가가치가 낮아 경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업은 수입개방이 본격화된 우루과이라운드협정(199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 후 20년간 농업생산액은 70.5%, 연평균 2.8%씩 꾸준히 성장했다. 농업 부가가치도 1995년 이후 2014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했다. 다만 국가 경제 전체가 급격히 성장해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2050년쯤 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많은 학자들은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질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자인 미국의 짐 로저스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산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정보기술과 여러 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이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농촌=전통’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이 강하지 않은가.

“농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있다. 이제는 농민들도 노동집약적 농사로는 생산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본다. 인건비가 비싸니까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는 농사를 지으려는 몸부림이 있다. 과수원도 인건비를 적게 들이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과일에 봉지를 씌웠는데 요즘은 사과나무에 일일이 봉지 씌우지 않고 바닥에 반사 용지를 쭉 깔아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활용하더라. 벼농사도 농지에 직접 씨앗을 뿌려 재배하는 직파를 많이 한다. 직파를 하면 ㏊당 75만 원 정도의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전해 직파기가 쭉 지나가면서 제초제까지 뿌린다.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제초제까지 뿌리는 3가지를 동시에 한다. 생산비가 엄청 줄어든다. 그렇게 농민들이 농사 방법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팜(첨단 기술 영농)에 대한 관심도 많이 늘었는데.

“스마트팜 활성화를 위해 농협이 컨설팅은 물론 대출상품도 내놓았는데, 스마트팜 대출이 늘고 있다. 사실 농협 흉을 좀 봐야겠다. 어떤 농민이 스마트팜을 하려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책자금 6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농협은 담보가 없으면 안 해준다고 내게 하소연을 하더라. 농협은 그동안 담보가 없으면 대통령이 하래도 대출을 안 해줬다. 그 농민이 기가 막혀 했다. 그를 회원농협과 연결해 줬다. 농식품부 대출 이자율이 1%인데 거기는 3%대였다. 죽을 맛이었다. 그 뒤 내가 네덜란드에 갔는데, 거기서는 900억 원의 대출을 담보 없이 해주더라. 해당 농민의 출하실적과 농업 기술 등을 따져서 사업계획서만 검토하고 미래가치가 있는지를 보더라. 그 사연을 농협 이사회에서 소개하고, 그런 제도를 만들라고 했다. 담당 부서에서 3개월 만에 작품을 만들어 왔다. 농식품부와 농협, 농가와 협력해 금리 1%짜리를 5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50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게 했다. 물론 담보는 없다. 스마트팜 기술만을 따진 신금융이다. 지금까지 77명이 신청해서 어제(6일)까지 7건이 대출됐고, 20여 건은 컨설팅 중이다. 농협이 농민들의 변화에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요즘은 태양광 발전으로 바쁘다”고 했다. 최근 전북 임실군에서 농촌형 태양광 발전기 1호가 나왔다. 귀농 7년 차로 고추농사를 짓던 농민이 농협의 권유에 따라 380평(1256㎡) 밭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99㎾의 전력을 생산·판매해 월 순소득 110만 원을 올리고 있단다. 고추농사로는 1년 수익이 200만 원 남짓이었다. 김 회장은 “정말 좋은 농외소득”이라며 “농촌의 수익이 이처럼 첨단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최근 늘고 있는 귀농·귀촌에도 주목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 추세인 점이 고무적이다. 통계 자료를 봤더니 귀농 가구는 2014년 1만758가구에서 2015년 1만1959가구, 2016년 1만2875가구로 늘고 있다. 귀촌 가구도 같은 기간 29만9357가구에서 31만7409가구, 32만2508가구로 늘었다. 무엇보다 30대 이하 젊은층의 귀농·귀촌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농촌이 미래가 있으려면 청년 농업인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래농업과 지역사회를 이끌 청년 농군이 없다는 게 농업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농협 조합원 229만 명 중에도 44세 이하가 3.7%에 불과하다. 70세 이상은 40.3%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영농승계자가 없는 농가비율이 90.2%나 된다. 반면 올 6월 청년실업률은 10.5%로 18년 만에 최고란다.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귀농·창농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다.”

―농촌의 부흥은 결국 농가소득에서 판가름나는 것 같다.

“그게 농협의 당면과제다. 2016년 말 농가 평균소득은 3720만 원으로 도시 근로자(5861만 원) 대비 64% 수준이었다. 국내 4인 가족 기준 중산층 평균소득이 5364만 원이니, 도시 근로자 소득의 85%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워서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게 됐다. 이는 향후 농민들이 농업경영을 지속하고 청년들이 농촌에 정주(定住)하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다. 얼마 전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니 국민의 60.4%, 농업인의 54.8%가 농협의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 목표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더라. 농업·농촌의 문제로 국민의 33%, 농업인의 50%가 ‘농가소득 불안정’을 꼽았다.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농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인가.

“농업 생산성 향상, 농가 수취가격 제고, 농업 경영비 절감, 농식품 부가가치 제고, 농외 소득원 발굴 등이 가능하다. 현재 100개의 중점과제를 발굴해 추진 중이다.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과제들이다. 예를 들어 영농자재 가격 인하, 태양광 보급, 벼 직파재배 확대, 팜스테이와 농촌관광 활성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 추진 협의회’도 구성해서 진척도를 점검하고 있다. 농협의 농가소득 기여액을 전산화해서 PC나 휴대전화 앱 등으로 전 임직원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농협 나름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농가소득 증대는 농협 혼자서는 이루기 어려운 과제다. 국회, 정부가 협력해야 가능한 목표다.”

―농가소득의 주수입원인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쌀 산업에 대한 의견도 많은데.

“쌀은 5000만 민족의 혼이자 생명의 끈이다.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쌀 생산조정제, 쌀값 회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쌀 과잉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쌀 문제는 수급 안정(생산 조절)과 소비 촉진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해야 한다. 수급 안정을 위해 수확기 벼 매입비중을 확대하고, 사료작물 등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면서 생산조정제 도입 등으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식품회사·쌀가루 공장을 설립해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농 상생이 커다란 화두다.

“도시와 농촌은 사회공동체적 관계로, 농촌이 도시로부터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농민은 우수농산물 생산과 자연환경 보전으로 도시민을 지켜주고, 도시민은 우리 농산물 애용으로 농업인이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형성할 때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농협은 지난해 5월부터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도농협동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관공서, 기업 CEO 등 1429명이 농촌 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됐다. 문화·예술계 등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명예이장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촌 마을의 소득자원을 발굴해 상품화하는 컨설팅을 추진할 것이다. ‘행복이음 패키지’도 출시했다. 상품 판매금액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농업인 가입자에게 최대 5% 내외의 적금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시 소비자, 여성단체,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팜파티, 농담콘서트, 체험활동 등도 실시하고 있다.”

―도농 상생이 왜 중요한가.

“5000만 국민에게 물어보면 고향이 대부분 농촌일 것이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이 다 농촌이 고향이다. 국민이 이 나라 농업과 농촌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 건강을 농민들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촌의 빈 공간을 5000만 국민이 채워야 한다. 그래서 농촌을 찾아 격려도 하고 거기서 농산품도 사야 하는 것이다. 그런 도농교류 사업을 하는 데 농협이 중간에서 국민이 농촌으로 향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올해도 도시인 5만 명이 농촌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농촌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 2만7000명이 참여했는데, 연말까지는 충분히 5만 명이 되겠더라.”

그는 인터뷰 말미에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데 우리 농업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산업화 과정에서 묵묵히 희생했고, 농산물 시장개방의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창고인 농업·농촌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은 곧 농업인에 대한 보답이자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오승훈 경제산업부장 oshun@munhwa.com
정리 =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mail 오승훈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오승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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