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9.20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의료·식품
[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4일(金)
적혈구 파괴되며 신장기능 손상… 어린이·노인 취약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햄버거병(HUS)’ 논란으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차가워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햄버거 매장을 시민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 커지는 ‘햄버거병(HUS)’

전국이 ‘햄버거 포비아(공포증)’로 시끄럽다. 정확히는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를 덜 익혀서 먹었을 경우 감염될 수 있는 ‘햄버거병’에 대한 불안감이다. 해당 질환에 걸리면 만성 신부전의 위험은 물론 심할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10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햄버거 패티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외식산업 전반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식품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과도한 불안감이 조장되거나 무조건 가공식품을 부정하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1 어떻게 알려졌나

지난해 9월 25일 A(4) 양은 ‘배가 아프다’며 엄마에게 갔다. A 양은 배가 처음 아프기 2∼3시간 전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먹었다. 최은주(37·주부) 씨는 딸 A 양을 다음날 인근 병원에 데려갔지만 증상이 완화되지 않아 28일 새벽 대학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A 양은 병원 치료를 받고 그해 12월 퇴원했지만, 신장의 90% 가까이 기능을 상실해 매일 투석을 해야 하는 신장장애 2급의 장애인이 됐다. 원인으로는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의심됐다. 복통을 호소한 당일 햄버거 외에 특별히 먹은 음식이 없었고, 유전자 검사 결과 엄마와 아빠 모두 문제가 없었다. 최 씨는 지난 6월 20일쯤 맥도날드에 보상을 요구했고, 진단서도 제출했다. 맥도날드 측은 “해당 지점에서 판매된 모든 제품을 점검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같은 사례가 신고되지 않았다”며 “진단서에 어떤 음식을 먹고 난 뒤 HUS가 발병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원인이 적시돼 있어야 보험 접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지난 5일 맥도날드를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의 경과를 밝히면서 ‘햄버거병’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2 햄버거병이란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이 정확한 표현이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으로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으로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HUS는 병원균의 독소 등에 의해 체내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손상된 적혈구들이 콩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여서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명적인 신장 기능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미세혈관 내 섬유소가 엉켜 지나가는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헤모글로빈이 유출돼 생기는 ‘미세혈관병증 용혈성빈혈(Microangiopathic hemolytic anemia· MAHA)’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 ‘급성 신부전(Acute renal failure)’ 등을 동반한다.

3 왜 걸리나

HUS는 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의 10% 이하에서 HUS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외 세균성이질균·폐렴구균 등 세균 감염, 유전성 발병 항암제, 경구 피임제 등 약제 복용, 이식거부반응, 임신 등에 의해서 발병하기도 한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오염된 식품·물을 통해 감염되며, 사람·사람 간 전파도 중요한 전파 경로다. 대부분 쇠고기로 가공된 음식물에 의해 발생하지만, 살균되지 않은 생우유, 오염된 야채나 주스, 마요네즈, 살라미, 소시지 등도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분변에 오염된 호수나 수영장을 통해서 균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2016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으로 보고된 환자는 총 443명이며, 합병증인 HUS로 진행된 경우는 24명(5.4%)이다. 연령별로는 만 0∼4세 HUS 환자가 14명(58.3%), 5∼9세 3명(12.5%), 10세 이상 7명(29.2%)이었다.

4 얼마나 위험한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전해질을 보충하는 등의 대증치료를 하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되지만, HUS로 진행될 경우 치명률이 3∼5%로 올라간다. 이 병은 5세 이하 어린이와 75세 이상 노인에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유전적 요인도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가 섞인 설사, 설사 후에 소변량 감소, 자꾸 멍이 들거나 피가 난다거나,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설사 후에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에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과 일부는 뇌졸중을 초래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장균에 의해 발생한 경우 환자의 60∼70%에서 급성 신부전이 오지만 그중 80%는 신장 기능이 회복된다. 급성기 치료를 잘하면 90% 이상이 생존하며, 9% 정도는 만성 신부전이 발생한다.

5 맥도날드 측 입장

맥도날드는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비자 혼란 역시 야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국산 돼지고기로 만들었으며 내장을 섞어 만든 분쇄육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패티는 정해진 조리 기준에 따라 그릴을 통해 상단 플레이트 218.5도 및 하단 플레이트 176.8도로 세팅돼 동시에 위아래로, 한 번에 8, 9장이 구워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패티는 정부가 인증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프로그램이 적용된 생산시설에서 만들었고, 어느 패티에도 내장을 섞어 사용하지 않는다”며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며 특정 음식에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성실히 협조하되 정확한 원인과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는 ‘HUS=햄버거병’으로 통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미국질병관리본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US의 감염 경로는 오염된 야채와 물, 각종 첨가 음료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6 외식업계 반응·파장

햄버거 업체는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 쪽으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거부감이 확산하자 내부 관리를 강화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맥도날드를 포함한 햄버거 업체에는 안전성 여부에 관한 문의가 쏟아져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 롯데리아의 경우 논란 이후 전국 지점에 식품 관리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자체적인 관리 감독 강화에 들어갔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햄버거 업체들도 ‘우리는 패티를 두 번 굽습니다’란 안내문을 내건 상황이다. 인터넷상에서도 불신을 드러내거나 다시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자칫 소비자 불신이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대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며 제품의 보관, 관리, 조리 등에 주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고기를 활용한 전반적인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특히 여름철이라 각 지점에 유통기한 확인 등을 철저히 하고, 조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7 검찰 조사 내용은

서울중앙지검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HUS에 걸렸다며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한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국민건강과 의료를 전담하는 부서로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도 담당했다. 이철희 부장검사가 직접 주임검사를 맡고 검사 3명을 투입하는 등 진용을 갖춘 검찰은 지난주부터 관련 논문을 수집하고 자문을 구하는 등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나섰다.

검찰은 기본적인 자료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단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어서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수사는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 조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HUS 발병에 덜 익힌 햄버거 패티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인과관계 입증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8 해외에서는

1982년 미국에서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뒤 출혈성 설사를 호소하는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됐고, 후속 연구에 의해 O157 대장균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때부터 HUS가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또 2000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시즐러(Sizzler)를 다녀간 손님들이 집단으로 대장균에 감염된 사건이 일어났다. HUS로 확인된 환자 중 3세 어린이는 사망했다. 미 보건부 조사 결과 원인은 생고기 자체가 아닌 식재료 오염이었다. 주방 직원들은 본사에서 제공받은 포장된 생고기를 만진 손으로 채소를 만졌고 고기에 있던 대장균이 샐러드로 옮아간 것이다.

피해자 20명은 시즐러를 상대로 피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재판부는 보건부 조사를 토대로 ‘패스트푸드점과 두 곳의 보험업체들은 각각 피해자들에게 26만 달러(약 3억 원)씩 전달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9 정부 안전대책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2월부터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인 영업소가 제조 가공하는 모든 식품에 대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의무 적용한다. 또 통계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한 ‘단속대상 선별시스템’을 가동해 단속 필요성이 높은 업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식약처가 식품안전 주무부처로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햄버거병’ 논란에 대해 “피해 아동 보호자 측은 지난해 10월,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점검 요청을 했지만, 식약처는 일반적인 점검을 한 후 ‘위반 없음’과 ‘적합 의견’으로 조사를 종결했다”며 “언론에 나오자 부랴부랴 조리과정 관리 강화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이후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검사명령을 내리거나 추적조사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 국민 안전수칙·예방법

나쁜 균에 오염되거나 상했더라도 육안으로 보기에 이상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고, 맛이나 냄새로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장균에 의한 용혈성 요독증은 6∼9월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여름철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수칙은 다음과 같다. △살균되지 않은 우유, 주스, 사과 식초 먹지 않기 △음식 먹기 전과 화장실 다녀온 후, 기저귀 교체 후 손 씻기 △주방 도구 자주 닦기 △음식 세척 잘하기 △고기 잘 익혀서 먹기 △날음식과 조리한 음식을 구분해서 두기 △고기를 구울 때 익힌 고기를 이전에 생고기가 있던 그릇에 두지 말기 △냉장고 속 고기는 다른 재료 아래에 둬 고기에서 나온 액체가 다른 재료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기.

이용권·이민종·유현진·이해완·전현진 기자 freeuse@munhwa.com
e-mail 이용권 기자 / 사회부  이용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트럼프 순서되자 자리 박차고 나간 北대사…“연설 보이콧..
▶ 청주 20대 나체 여성 살해 용의자 긴급체포
▶ 백제 무왕·선화공주 무덤?…익산 쌍릉 100년만에 발굴
▶ ‘독일 망명객’ 조영삼 “사드반대·文정부 성공” 분신
▶ 강정호 “모든 게 내 잘못…야구 떠나면 할수있는게 거의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내달 1일부터 8일간 황금연휴사드 보복 여파 여행지서 제외美동아태소위원장 “對韓 보복北에 했다면 비핵화됐다” 일침중국이 오는 10월..
mark트럼프 순서되자 자리 박차고 나간 北대사…“연설 보이..
mark청주 20대 나체 여성 살해 용의자 긴급체포
“北 완전파괴” 세계를 긴장시킨 트럼프 ‘무서운..
“신군부, 최규하 체포 시도… 中情장악뒤 독자..
보안 엉성… “아이폰Ⅹ(10)? 아이폰Ⅹ(NO)다..
line
special news 백제 무왕·선화공주 무덤?…익산 쌍릉 100년..
‘무왕 묘’ 통설 논란 속 피장자·축조방법·석실규모 등 규명 전북 익산에 나란히 조성된 백제 고..

line
호주 선수 방북기 “오전 6시, 호텔 위로 미사일..
‘김영란법’ 1년… “식당 매출 반토막…직원 70..
‘욕망’에 스러지는 마을… ‘사슴섬’이 아프다
photo_news
강정호 “모든 게 내 잘못…야구 떠나면 할수있는게 거의 ..
photo_news
판박이 연기… 배우 발목잡는 ‘자기복제의 늪’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12) 59장 기업가 - 5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결혼 예절 3
mark결혼 예절 2
topnew_title
number ‘女비서 性추행 피소’ 김준기 동부회장 조만..
‘퇴장 고자질’부터 ‘불륜’까지…축구선수들의..
민주 “크로스 票체크” vs 한국 “당론으로 否..
“나 대통령 비자금 관리자야”…골드바 등 1..
직장인 “61세까지 일하고 싶지만 50세가 마..
hot_photo
위험천만 아찔… 간이의자에 앉..
hot_photo
방한 베컴, 한국대표팀에 “경기 ..
hot_photo
‘멜라니아·이방카’ 성형수술에 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