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1.18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라이프
[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4일(金)
“분필 대신 프라이팬 들고 知識 아닌 洋食을 전하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광주 동구 학동 스파게티 전문점 ‘프리덴’ 대표이자 셰프인 이태훈 씨가 지난 7일 조리실에서 갓 삶은 스파게티 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50代 강사서 요리사로… ‘제2의 인생’ 맛보다

‘프리덴’ 셰프 이태훈씨


지난 7일 점심때 찾아간 광주 동구 학동의 ‘프리덴(Frieden·독일어로 ‘평화’란 뜻)’은 테이블 5개를 갖춘 아담한 식당이었다. 건물 외벽에 상호와 함께 ‘스파게티’라는 큰 글씨가 붙어 있어 스파게티 전문점임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메뉴판에는 토마토·크림·로제·오일·조개 등 소스와 양송이·베이컨·해산물·새우 등 재료를 조합한 15가지의 다양한 스파게티가 적혀 있었다.

프리덴 대표이자 셰프인 이태훈(53) 씨가 이 식당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2월. 능숙하게 스파게티 면을 삶고 프라이팬을 다루는 그의 손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펜이 들려 있었다. 그의 전직은 대학 강사와 번역가다.

서울 태생인 이 씨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건너가 5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베를린자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전남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전남대, 순천대, 초당대 등에서 사회사상사, 사회철학 등을 가르치다 2005년 스스로 강단을 내려왔다. 늘 불안정한 시간강사 생활이 힘들고 지겨웠다고 한다. 이어 시작한 일이 한국소설 등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것. 그가 2014년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독역한 책은 ‘소시민’(이호철),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등 단행본만 4권에 이른다.

그는 2015년 요리사로서 ‘인생 2모작’을 시작하겠다는 중대 결심을 한다. 고교·대학시절 누나로부터 “네가 해주는 요리가 참 맛있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그다. 독일 유학생활을 통해 서양 음식에 대한 이해와 조리의 깊이가 더해진 측면도 있었다. 여기에다 그가 만든 스파게티를 맛본 지인들과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45)가 “팔아도 되겠다”고 용기를 준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 씨는 그해 국비 지원을 받는 교육기관의 도움으로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과제빵 창업과정도 이수했다. 그 덕분에 매일 빵을 구워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 우선, 제품화된 토마토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완숙 토마토를 손수 발효시켜 소스를 만든다. 크림소스를 만들 때도 생크림과 우유의 혼합비율을 잘 맞추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프리덴 손님 중 절반 이상이 매월 1∼2차례 이상 찾아오는 단골들이다. 상품으로 치면 재구매율이 매우 높은 셈이다.

이날 아버지와 함께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시켜 먹던 김경환(35) 실용인문학연구소 대표는 “장인정신이 깃든 맛을 보러 자주 온다”고 말했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활동 중인 김 씨는 요즘 뜨는 어학전문가로, 오는 27일 저서 ‘코시안 어학 학습법’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다.

이 씨는 씹었을 때 심이 약간 느껴질 정도의 ‘알덴테(Al dente)’ 수준으로 스파게티 면을 익힌다. 대략 7분쯤 삶는데, 면을 더 익혀달라고 요청하는 손님에게는 8분 정도 삶아드린다고 한다. 그는 “스파게티는 후루룩 먹지 않고 씹어서 삼켜야 소화도 잘된다”고 강조했다.

프리덴의 하루 평균 손님이 현재 10명 안팎에 불과해 벌이는 시원치 않다.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이 씨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없지만, 개업 준비를 위해 빌렸던 건축비 등 자금을 매달 분할상환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이 어둡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돈 벌 목적으로만 식당을 창업한 것이 아닙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장점입니다. 손님들이 편안히 음식을 드시고 가시면 제 기분도 좋습니다. 지금은 매출이 적지만 창업 후 3년쯤 지나 입소문도 많이 나고 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이 씨는 제2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고용지원센터를 활용하면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돈 들이지 않고 받을 수 있습니다. 국비 지원을 받는 방법이 많이 있죠. 배우는 과정에선 체면은 접어두고 여러 가지 불편함도 감수해야 합니다. 조리사 자격증 반에서 남자는 저 혼자였고, 제과제빵 창업 반에서도 나이 든 사람은 저뿐이었습니다.”

광주=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mail 정우천 기자 / 전국부 / 부장 정우천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山村 부부의 ‘귀촌 귀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골라 은퇴…
[ 많이 본 기사 ]
▶ 安 ‘통합론’ 재천명에 벌집 된 국민의당…“첫사랑 호남 버..
▶ 시청률 40% 벽 깨나… ‘황금빛 내인생’에 쏠린 눈
▶ 자폭테러범 껴안고 산화한 25세 경찰 애도물결
▶ 이영학 “희망 있는 삶 원해…무기징역만은 피해달라”
▶ 친박계 ‘줄줄이 낙제점’… 당협위원장 교체 ‘시한폭탄’ 될..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안철수, ‘당대당 통합’ 정면돌파…“한국당과 손 안잡아” 선긋기도호남 중진 불참에 제2창당위 회의 취소…“철저한 노선투쟁” 반발국민의..
ㄴ 접었던 ‘빅텐트’ 다시펼친 安… 국민의당 ‘分黨의 길’로?
ㄴ ‘제3지대 통합’ 맞장구치는 劉… 야권發 정계개편 속도내나
법원, 최순실·안종범 구속영장 재발부…“도주..
시청률 40% 벽 깨나… ‘황금빛 내인생’에 쏠린..
日, 동해상서 北 선원 추정 남성 시신 7구 발견..
line
special news ‘슈주’ 강인, ‘여친 폭행’ 신고로 새벽에 경찰..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본명 김영운)이 술에 취해 여자친구를 폭행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한..

line
이영학 “희망 있는 삶 원해…무기징역만은 피..
前정부 정보기관 首長 줄줄이 구속…“정치보복..
강용석 변호사, ‘도도맘’ 전 남편에 손해배상 소..
photo_news
자폭테러범 껴안고 산화한 25세 경찰 애도물결
photo_news
“록키 너마저”…실베스터 스탤론, 10대 성폭행 의혹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49) 61장 서유기 - 2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음주에 관한 법률
mark통계로 본 남자와 여자
topnew_title
number 검찰, ‘롯데뇌물 의혹’ 전병헌 20일 피의자로..
친박계 ‘줄줄이 낙제점’… 당협위원장 교체 ..
‘M라인’ 펄층·매립 新도시 피해 몰렸다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 집에 도둑…..
키 작다고 야구장서 쫓겨났던 그가 ‘MLB 별..
hot_photo
‘극비 결혼’ 개리, 아빠 됐다…“부..
hot_photo
카밀라 카베요 ‘하바나’, 뒤늦게 ..
hot_photo
방송인 김정민, 전 남친 재판서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