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산업 혁신 위해 필요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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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국토교통부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려는 것은, 1994년 수자원국을 국토부에 남겨두고 상하수도국만 환경부로 넘기면서 23년간 행정적으로 단절됐던 물순환의 고리를 다시 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조직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물관리 선도 기관을 만든 것은 수자원을 보전하고 일자리도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우선 물 분야 행정의 기능적 재편을 검토해야 한다. 그간 국토부는 수량, 환경부는 수질을 맡는 식의 행정 편의적 구조는 기술 융합과 전문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원화된 이후의 환경부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보다 수자원-음용수 공급-하·폐수 처리-물 환경과 물 생태로 이어지는 기술 생태계를 고려한 혁신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편, 일자리 창출은 행정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환경부의 물 산업 통계정보 시스템을 보면 물 산업은 2015년 기준 약 30조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점유하고, 13만 명을 고용하는 거대 산업이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속을 보면 침체 상태에 있다.

우리 물 산업의 침체는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 실패와 부진한 기술 개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약 80조 원의 정부 재정이 상하수도 시설과 4대강 사업에 쓰였다. 그리고 2017년만 해도 물 관리에 국토부와 환경부가 합쳐 5조4000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변변한 민간 물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으로 중복·분산된 행정 체계가 항상 지적됐다. 이제 통합된 물 산업 지원 부서는 물 산업 발전과 민간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중소 물 기업을 위한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물산업지원법’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지난 달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2개의 중소 물 기업이 동행했다. 미국토목학회는 향후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상하수도 시장이 미국 내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우리 대기업들은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명함도 못 내미는 형편이고,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말산업진흥법, 관상어산업진흥법까지 만들어져 있지만, 중소 물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물산업진흥법’이 번번이 국토부와 환경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지연된 것은 부서 영역주의의 폐해가 국가 산업 발전까지 왜곡시킨 것으로 지적된다.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물 산업 규모에 비해 그간 정부의 R&D 투자는 매우 인색했다. 유럽의 강소국인 네덜란드는 정부 주도의 전폭적인 R&D 지원을 통해 물 기술 강국이 됐다. 반면, 환경부의 환경산업기술원은 물·대기·폐기물·보건 등 여러 분야에 R&D 재원을 배분하다 보니 물 기술 R&D 전문성도 낮고 지원 액수도 미흡했다. 또, 국토부의 수자원 R&D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담당해 환경부와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네덜란드처럼 물산업진흥원과 같은 R&D 체제를 구축해 물 기술 강국이 되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계와 후세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일부 수자원 전문가가 수자원국의 환경부 이관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환경부의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는 이러한 지적을 깊이 새겨 통합 물 관리 부처로서 물 관리의 각 전문 영역을 포괄하는 체제를 정비해 이번 일원화에 대해 물 분야의 모든 관계자가 수긍하고 향후 미래 세대에 더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