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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4일(金)
보수 야당 위기 본질은 이념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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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여 동안의 국정 운영을 되짚어 보면 균형감이라는 측면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보수 정부 9년여 만에 집권한 문 대통령은 의욕과 자신감에 차 진보 성향의 정책과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권 초 권력의 서슬에 금기시되던 정책이 하루아침에 중점 과제로 선정되고, 그 정반대의 일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철밥통과 비효율의 상징으로 꼽혔던 공공 분야의 개혁을 위해 추진된 성과연봉제는 머지않은 시점에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현장의 정치화·이념화 우려가 배경이 된 전교조 대책도 뒤집으려 한다. ‘알아서 기는’ 사례도 속출한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은 13일 압도적 표차로 취소됐다.

물론 진보 정부가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그에 대한 평가는 다음 선거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정책의 대가를 ‘최종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더구나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대부분 보수의 기본적 가치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보수 야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고 바른정당 역시 한국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두 정당의 위기와 관련, 많은 정치 전문가는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거론하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당의 진짜 문제는 오히려 ‘이념의 빈곤 상태’ 또는 ‘이념의 자의식 결여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양승태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보수는 정치·사회 세력으로 존재하면서도 유지·보수하려는 대상이 무엇이며 그것이 왜 유지·보수돼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체계적 이념을 갖지 못했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도 “지키려는 가치가 뭔지, 지향하는 원칙이 뭔지 선명하지 않다”고 평했다. 따라서 두 정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우선 자기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일제 식민체제를 극복하고 공산주의에 맞서 민주공화제를 건설하고, ‘한강의 기적’을 통해 신생독립국과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을 만들어 낸 주역이 바로 보수 세력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반공=반민족, 건국 세력=친일, 산업화 세력=군부독재라는 좌파·진보 진영의 프레임에 맞서 북한과 종북 세력이야말로 반민족 세력이자 전체주의 세력이라는 점을 자신 있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보수당은 자신들의 핵심 원칙을 버린 적이 없고 국민이 오해하면 지속적으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해나감으로써 신뢰를 확보해나갔다.

둘째, 국가 운영에 있어 자유와 공정경쟁, 기회균등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자유는 개인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선택은 선택받기 위한 경쟁을 낳고, 경쟁은 다양성과 개방체제로 이어진다. 경쟁 거부는 곧 타인의 선택권과 자유를 뺏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점적 기반 위에 있어 제한된 경쟁만 하는 공공 부문에서 성과연봉제 거부는 국민의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 정당은 이미 기득권에 진입한 세력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맞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국가적 역동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셋째, ‘결과의 불평등’을 옹호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영국 보수당은 불평등이 인간사회의 본질이라는 신념하에 국민들의 오해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과의 불평등’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지금은 영국 국민 절반 이상이 이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넷째,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통령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은 차기 리더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보수 진영은 9년간의 인재 충원 공백기를 거쳤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보수는 분열됐고 정치적 자원마저 고갈됐다. 따라서 보수 정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보수-진보의 프레임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가치를 지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진보의 상용문구는 이제 정치적 기반이 붕괴된 보수의 구호로 들린다. 바로 지금 보수 정당과 보수 정치인들이 30년간 기득권에 안주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한국 보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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