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미 FTA, 民官 공동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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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향후 한·미 통상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엿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되지 않은 통상 현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로 한국을 압박하도록 측근들에게 요구했지만,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 비관세 장벽과 무역 불균형을 언급했고, 합리론자로 알려진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 통상 마찰에서 한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으로 발언했다. 공동 언론 발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위주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미국으로서는 한·미 FTA가 ‘거친 협정(rough deal)’이라고 규정하고, FTA 발효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미국에 좋은 협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이 끝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백악관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FTA 재협상 절차 개시를 지시했다”고 발표하자, 우리 통상 당국 및 국내 언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백악관 별도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전에 한·미 FTA 유효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함으로써 혼란은 가중됐다. 지난 12일, USTR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미 FTA 특별위원회 개최를 공식 요청했다. 한·미 FTA에 대한 최근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유권자와 지지자를 의식해 작정하고 ‘국내 정치용’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절차 개시 지시 역시 통상 당국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취임 100일 되던 지난 4월 30일 상무부와 USTR에 한·미 FTA를 포함한 미국이 이행시킨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검토 보고서 제출을 행정명령으로 지시했고, 이 보고서는 오는 10월 말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은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자 USTR 보도자료에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필요한 협정 수정을 고려하기 위해’ 한·미 FTA 특별위원회 개최를 요청한다고 돼 있지만, 자료 후반부에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한·미 FTA 특별위원회 개최 제안을 수용하되 시점은 국내 상황을 고려해 조율해야 할 것이다. 부활시키기로 한 통상교섭본부 관련 법률 개정과 본부장 임명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통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에 대한 해법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미·일 통상 분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개정 여부도 준비해야겠지만, 이보다는 무역 불균형 등 한·미 통상 전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민·관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한 후 미측과 특별위원회를 개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