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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4일(金)
“DJ? 다신 안해… 목소리로 좋은 책 전파에 여생 바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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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방송 접고 오디오북 제작자 변신, ‘영원한 오빠’ 김기덕

“책 좀 들읍시다.”

‘영원한 오빠’라 불리는 국내 최장수 DJ 김기덕(69·사진)의 외침이다. 지난 4월 SBS 러브FM ‘두 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를 끝으로 44년간의 DJ 생활을 마감한 그는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는 현재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와미디어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팝을 들려주고 사연을 읽어주던 남자가 책을 읽어주는 남자로 탈바꿈했다.

“책은 정말 훌륭해요. 긴 세월 DJ로 살면서 책을 통해 많은 삶의 지혜를 깨닫고 청취자들에게 전달했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 책을 너무 안 읽어요. 지하철을 타도 다들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죠. 그래서 좋은 책을 읽지는 않아도 듣고 깨닫도록 오디오북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김기덕은 겸직이 허락되지 않던 MBC에서 정년 퇴임 후 오디오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DJ 자리에서 물러난 뒤 전업으로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1000여 종의 오디오북과 5000시간이 넘는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해 보유하고 있다. 이 콘텐츠들은 주로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쓰인다.

“작가 이광수, 현진건, 이상 등이 쓴 고전을 비롯해 명작 수필 등을 말로 옮겼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음악도 다운로드 안 받고, 스트리밍으로 듣잖아요. 점점 더 편리함을 좇는 거죠. 그래서 책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 거예요. 길거리를 거닐며,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서 편하게 듣기만 해도 책 한 권을 스트리밍으로 뚝딱 섭렵할 수 있는 거죠.”

그는 단순히 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바른말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강조한다. 와미디어에서는 김기덕 외에 20여 명의 전문 성우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은 허투루 책을 읽지 않는다. 장단음, 자고저(字高低)까지 지키며 올바로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 김기덕 역시 ‘감독’에 머물지 않고 ‘한국 대표 수필 100선’ 등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에 직접 참여한 ‘선수’다.

“오래 DJ로 일하며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기여하는 일을 꿈꿔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예쁜 우리 말이 너무 오염됐어요. 언어 파괴가 심각하죠. 10대와 50대가 쓰는 언어도 크게 달라요. 말과 글은 연계된 것이라 함께 가꿔야 해요.”

그가 바라보는 오디오북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안 때문에 책을 읽기 힘든 장년층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교정 시설의 제소자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 벽에 막히곤 한다. 오디오북을 구매하던 도서관 등의 예산이 삭감되며 시장이 정체됐다.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익이 크지 않은 사업이죠. 겨우 유지만 해요. 3∼4년 전만 해도 시장 규모가 60억∼70억 원 정도까지 갔는데 지금은 크게 줄었어요. 그나마 저는 ‘김기덕’이라는 이름 덕에 주변 인프라를 활용하고 직접 녹음에 참여하는 등 저렴하게 만들며 10년을 버텼죠. 이런 취지가 널리 알려져 더 좋은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두 시의 데이트’ ‘골든 디스크’ 등을 진행하며 한국 라디오 역사의 산증인이 된 김기덕. “언제 다시 DJ로 돌아가냐”는 질문에 그는 “다시는 하기 싫다”며 빙그레 웃었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어요. 하지만 할 만큼 했잖아요. 1시간 방송을 진행하려 해도 하루를 꼬박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는 제 삶을 찾고 싶어요. 특히 좋은 책을 내 목소리로 전파하는 것이 제가 남은 생을 바쳐 하고 싶은 일이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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