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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7일(月)
액션영화式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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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화끈한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 도사린 악인(惡人)을 찾아 선전포고하고 여지없이 무찌른다. 내가 옳으니 주저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통쾌한 액션이 80%대 지지율에서 나오는지, 그 지지율을 지탱하는지 선후관계는 의미 없다. 어쨌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액션 히어로다.

문 대통령이 탈(脫)원전 기치를 높이 올린 곳이 40년을 국가에 봉사한 고리1호기의 ‘장례식장’이었다. 신고리 5·6호기는 바로 다음 과녁이 된다. 국무회의에서 몇 마디 끝에 중단하라고 했다. ‘악’을 제거하는 일에 법절차는 번거롭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날치기로 이를 추인하는 자해(自害)에 들러리 섰다. 원전이 희망이었던 주민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난해 개봉된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를 보며 문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왜곡된 억지 설정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이 많은 영화였다. 이 영화의 총괄자문을 맡은 이가 탈원전 공약에 깊숙이 개입한 미생물학 전공 의대 교수다. 영화 같은 액션을 부른 것 또한 영화였다. 탈원전은 에너지 전문가를 배제하고 환경론자의 얘기에 올인한 결론이다. 값싼 원전 배제는 곧 전기료 인상으로 직결된다. 2030년까지 3.3배 오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료가 오르면 친환경차의 대표 격인 전기차부터 설 땅이 줄어든다. 한국은 60년 적공(積功)으로 세계 5대 원전기술국이 됐다. 국내에서 걷어차면 누가 수입해 쓰려 하겠는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환호하는 관객에겐 지난 주말 파격 인상으로 부응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미숙련·고령·여성 근로자, 곧 노동 약자를 노동시장에서 우선 퇴출시킨다는 것은 정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임금을 밀어 올린다. 알바뿐 아니라 정직원까지 올려주면 고용주 부담은 쓰나미처럼 커진다. 물가, 즉 국민 전체가 부담할 비용이 그만큼 커지는 걸 피할 수 없다. 최저임금이 1.5배로 오르면 자장면 값이 5000원에서 8000원이 될 수 있고, 저렴한 인건비로 지탱하던 배달 서비스·무상 수리 등 소비자 편의는 점점 포기해야 하는 사회를 맞을 것이다. 알바를 쓰는 편의점 등의 고용주가 악인일 수는 없다. 그들 대다수는 하루 12시간씩을 일하고도 겨우 버틸 정도다. 앞으로 점주와 알바의 소득은 역전될 수 있다.

‘비정규직 제로’는 쾌도난마처럼 후련했다. 비정규직을 악으로 삼아 아예 지워버리려 하지만 선악 분별이 틀렸다. 비정규직 존재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큰 원칙 아래 다양한 고용 형태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은 정부가 할 일이다. 정작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비정규직 차별을 조장해온 정규직 귀족노조인데, 어찌 된 일인지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이다. 무차별 정규직화는 취업을 성실하게 준비해온 청년들에게는 날벼락이다.

문 정부의 첫 건설교통부 장관은 ‘투기꾼과의 전쟁’에 나섰다. 투기꾼은 이론의 여지 없는 사회악이다. 그러나 가격 상승 조짐이 투기꾼을 불러오는 것이지, 투기꾼이 가격을 급등시키는 것은 아니다. 갈 곳을 찾지 못한 풍부한 유동자금이 근원이다. 다주택자라도 거주용은 어차피 한 채뿐이고, 나머지는 전·월세 시장에 나와 가격을 안정시킨다. 다주택자를 규제할수록 무주택자가 고통받는다. 전·월세 상한제도 공급자를 꼭꼭 숨게 할 것이다. 공급 시그널은 뺀 채 투기꾼 잡자고 십자포화를 퍼부은 결과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액션영화처럼 악인을 만드는 정치는 쉽다. 열광하는 관객의 욕구를 채워주면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반기를 들면 적폐세력으로 몰린다. 맥락은 무시되고, 신중론은 배제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의 폼 나는 액션은 판타지일 뿐이다. 엉겨 붙어 치고받는 것이 리얼 액션이다. 영화서 지워버린 현실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무섭게 떠오를 것이다. 특히 경제는 이해를 달리하는 부문과 집단이 절묘한 균형을 찾아가는 영역이다. 정교한 메스가 필요한 정책에 청룡도를 들고 나서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 당장 의인을 자처하는 문 정부의 정책으로 저숙련 근로자, 소비자, 자영업자,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실수요자 등이 불이익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도 거꾸로 가고 있다. 액션 히어로가 경제 약자들에게 총 쏘는 역할을 해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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