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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7일(月)
에너지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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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해마다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 발표한다. 지난해 명단을 보면 1위부터 10위 안에 에너지 기업이 6개나 들어 있다. 10년이 넘는 추세다. 글로벌 산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는 전략 물자이기 때문에 글로벌 정치를 좌우한다. 영국과 미국은 19세기부터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으로 진출했다. 중국도 석유 수입국이 되면서 국제 전략 게임에 합류했다. 러시아의 경제는 천연가스 가격에 달려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력은 유럽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에서 나온다. 5대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원유가 상승에 기세가 올라 2006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로 지칭하는 호기를 부렸다. 과거 일본의 대동아전쟁도, 현재 중국의 남중국해 집착도 원유 수송로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다. 1973년 1차, 1978년 2차 석유 파동을 겪으며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원을 고민하던 정부의 선택이 원전(原電)이었다. 집중 투자가 이어졌고 세계 최단 공기, 최저 가격으로, 최고가동률의 원전을 건설·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게 됐다. 원전은 방사능 폐기물 때문에 ‘클린 에너지’는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어 ‘그린 에너지’로 분류된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필요한 ‘브리지 에너지’로도 부른다.

한국의 에너지 산업 역시 지정학적 기회와 위험에 노출돼 있다. 1990년 소련과의 수교 이후 역대 정부는 시베리아 가스를 북한을 통해 들여오는 파이프라인 설치를 구상해왔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셰일 유전 개발이 변수로 등장했다. 미국은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에 이르는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만들어 일본과 한국 시장에 팔겠다는 것이다. 미와 러, 그리고 중국의 에너지 전략이 충돌할 것이다. 원전은 복잡다단한 에너지의 외교·안보적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원전을 모두 폐기하려 한다. 이른바 진보 세력은 굳이 ‘핵(核)발전소’라고 부르며 ‘탈핵’을 외친다.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없는‘핵맹’ ‘에너지맹(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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