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부메랑’ 된 생존권 보호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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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증가한 7530원으로 확정된 직후인 16일 편의점 업계의 반응이 궁금했다. ‘고용축소가 불가피할 것’ ‘인건비가 가장 중요한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심야영업을 멈추는 가맹점도 늘어날 것’ ‘업종별 차등 시급 적용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어요’ 등 다양했다. 편의점의 경쟁력 중 하나가 근거리 생활밀착형을 뜻하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업종’인데 심야영업 중단을 고려해야겠다는 업주도 적지 않은 듯했다. 한 편의점주는 “19시간 영업이나 24시간 영업이나 가맹조건에 달려 있지만 심야는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이 크다. 당분간 버텨본 후 어쩔 수 없으면 단축해야지 방법이 있겠느냐”고 했다. 생존권 보호장치인 최저임금이 역설적이게 고용을 훼손하고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대기업 중견 간부였던 A 씨는 4년 전 개인 커피전문점을 차렸다가 최근 내놓았다. 자영업이 더는 힘들다는 판단 아래 재취업을 결심하고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처음 1, 2년은 매출이 좀 나오는가 싶더니 3년 차가 넘어가니 운영하기가 힘들었다. 휴일도 거의 챙기지 못하고 매달렸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문을 닫은 개인사업자는 83만9602명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창업진흥원이 1∼5인 개인·공동사업자인 26만1416개 사업자의 표본을 추려 조사해 봤더니 월평균 소득이 207만6000원에 불과했다. 이번에 올라갈 아르바이트 임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가며 공공부문 고용 창출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최저임금 후폭풍이 거세다. 별 논의도 없이 허송세월하더니 급작스레 정부 눈치를 본 게 역력한 전광석화 같은 조치로 고용·창업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공약인 소득 주도형 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도 ‘3조 + 알파’의 세제를 동원해 ‘기민하게’ 보완 땜질 처방에 나섰다. 중소·중견,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추가 부담 규모가 15조 원이 넘으니 지원한다고 해도 언감생심이다. 고용 감소, 서비스 질 하락, 경영 환경 악화로 폐업이 줄을 잇지 않을까 걱정한다. 정부야 빈약한 내수경제 확장, 소득불균형 해소, 경기침체 해소 등을 위해 최저임금 상승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싶은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라면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만 가중시키지 말고 직접적인 세제지원을 해주는 게 낫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나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국회에 계류돼 낮잠을 자고 있다. 신규 일자리를 대거 만들 수 있는 유통부문 출점도 수십 개 규제 법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사정이 이런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세금까지 써가며 과도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려 화를 자초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성장 기조, 수출과 내수의 연계 미비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 내수 및 서비스산업, 중소기업 역할의 비중 확대를 통한 소비 확대 유도 같은 근본적 접근 없이 노동·고용시장에 포퓰리즘적 ‘분식(粉飾)’을 지속했다간 반드시 후유증을 치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