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품 세일즈맨’ 자처한 트럼프

백악관 광장에 제품 늘어놓고
참모들과 ‘제조업 부흥’ 홍보

언론 “가족회사는 中서 생산
위선·기만행위” 비판 날 세워

입국금지·제한 ‘6→17개국’
‘신고립주의’ 정책도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 주간 첫날을 맞아 미국산 제품 홍보에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국 금지·제한 대상 국가를 모두 17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신고립주의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마련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 행사에 참석해 대형 트럭, 트랙터, 기계, 야구방망이, 골프채 등 50개 주에서 공수해 온 대표 제품들을 둘러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도 함께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람 도중 전시된 대형 소방트럭 운전석에 오른 뒤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면서 “어디서 불이 났느냐? 내가 빨리 끄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국 제조업 부흥 선언’을 발표하고 제조업 지원 대책을 내놓는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주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 등 보호무역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각종 무역협정 개정과 재협상에 대한 미국 내 지지 여론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트럼프 조직이나 관련 회사들은 미국 내에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는 그들의 제품이 최상이 아니거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비겁한 변명으로 자신의 팬들을 속이는 데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혹은 그 둘 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은 그동안 술, 의류, 가구, 보드게임 등을 판매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중국 등 해외에서 만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선이 드러났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 정부가 입국 금지·제한 대상 국가를 이슬람권 6개국에서 총 17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최근 백악관에 미국이 요구하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17개국 국가 목록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민재판 절차 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는 불법 이민자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도 남쪽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160㎞ 이내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 가운데 미국 체류 기간이 2주 미만일 경우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추방할 수 있는데 국토안보부는 이 기준을 미국 전역과 90일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