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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9일(水)
(1169) 57장 갑남을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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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갑이 열차 편으로 한시티에 도착했을 때는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오후 3시 무렵이다. 역 근처의 값싼 모텔에 투숙한 이성갑은 먼저 한시티 구경에 나섰다. 이성갑에게는 한랜드, 한시티, 그리고 요즘 대한민국을 들썩이는 유라시아연방까지 딴 세상의 일이나 같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난감한 사람에게 국가의 미래나 민족의 부흥 따위는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이성갑이 한시티를 둘러보다가 ‘우리’ 식당에 들른 것은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6시 반이 되어가고 있어서 식당 안은 손님이 많았다. 구석 쪽 자리에 앉아 콩나물국밥을 시킨 이성갑에게 주인이 혼자 온 손님 하나와 합석할 것을 부탁했다. 한국인 남자다. 40대 중반쯤의 사내는 이성갑과 대각선 위치에 앉더니 육회비빔밥을 시켰다.

“여기 육회비빔밥이 맛있어요.”

사내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고기가 순록 고기지. 채소와 쌀, 계란과 그릇까지 다 중국산이고.”

이성갑은 외면한 채 듣기만 했고 사내가 말을 이었다.

“양념과 조미료는 북한에서 가져오니까 한국산은 주인 남자 하나뿐이야. 주방에 있는 부인은 조선족이고 종업원은 북한과 러시아인이니까.”

그때서야 이성갑과 시선이 마주친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웃는 얼굴에 호감이 가는 사내다. 사내가 물었다.

“한랜드 사시오?”

“아닙니다. 오늘 왔습니다.”

“처음 오셨나요?”

“예.”

“무슨 일로?”

숨을 들이켰던 이성갑의 머리에서 ‘여행’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나 말은 다르게 나왔다.

“직장을 찾아보려고요.”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운명이 결정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신(神)의 뜻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때 사내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 이성갑을 보았다.

“무슨 일을 하시는데?”

콩나물국밥이 앞에 놓여 있지만 이성갑이 사내의 눈에 끌려든 것처럼 응시하며 대답했다.

“일산대 경영과를 졸업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에 소질이 좀 있습니다.”

“내가 컴퓨터 AS 업체 대표인데, 한번 실력을 테스트해볼까요?”

그때 사내가 주문한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그럼 밥 먹고 내 회사로 갑시다. 회사는 24시간 근무고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야.”

“예, 감사합니다.”

“천만에. 이것이 한랜드식 인연이야.”

수저를 들면서 사내가 웃었다.

“우연이 겹친 인연이 자주 일어나. 이곳에서는.”

그로부터 세 시간쯤이 지난 오후 10시경에 ‘부루스타 컴퓨터’의 3층 사장실에서 오복수가 이성갑에게 말했다. 오복수가 바로 육회비빔밥을 시킨 사내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지?”

“예, 사장님.”

“직급은 과장대리로 하고 월급은 5000불로 시작하지. 할 일이 많아. 이 대리.”

“예, 사장님.”

“오늘은 그 모텔에서 자고 내일 점심때 숙소로 옮겨. 방 2개짜리 아파트지만 살 만할 거야.”

이성갑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만족한 숨을 길게 내뿜었다. 이런 순간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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