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現 청와대의 ‘前 청와대 문건’ 소동, 정치적 악용 없어야

청와대가 지난 정권이 부주의하게 남겨놓은 ‘문건’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안타깝고 보기에도 민망하다. 현(現) 청와대는 지난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전(前) 청와대 문건 300여 건을 발견했다며 공개했고, 17일에는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1361건이 나왔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 사이에 작성된 회의록 254건을 비롯해 위안부 협상, 세월호, 국정교과서 관련 서류들이고, 불법적 지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우선, 이미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갔어야 할 문건들이 이렇게 방치된 사실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시 참모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결사적으로 막으면서도 국정농단 수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문건이 치워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비서실이 작성한 문건 모두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돼 엄격히 관리돼야 함에도 허술하게 관리된 책임도 가볍지 않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현 청와대의 태도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문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하기도 전에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불법이 있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다. 불법이 있다면 조용히 검찰에 넘겨 사실 확인을 하면 될 일이다. 설혹 현 정권 관점에서 위법적으로 생각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그 처리는 신중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청와대 인계·인수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특히, 큰 비리 증거라도 찾아낸 듯 의기양양한 행태는 정치적 악용(惡用) 우려를 키운다. 청와대는 5년 뒤 어떤 자료를 어떻게 넘겨줄지, 바람직한 청와대 자료 이관 관행을 어떻게 만들지까지 생각하면서 문건 문제를 다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