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中國 인권에도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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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유럽지역학

류샤오보(劉曉波)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13일 대변인을 통해 류는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사였다고 추모했다. 유럽연합(EU)의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중국 정부에 양심수 석방과 소수 민족의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그의 사망에 관한 보도를 철저히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한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 세계의 많은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왜 일부 국가만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할까? 상당수 국가는 자국의 인권 수준이 중국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질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는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오늘날 유럽은 타국의 정부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상대국 정부와의 관계 증진에 집중한 외교는 해당 정권이 붕괴할 경우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가 일시에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을 후원했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국 국민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외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U는 새로운 가입국을 받을 때 인권 보호 수준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일례로 사형 제도가 있는 나라에는 회원 자격을 주지 않는다. 또한, 개도국에 대한 개발원조 기준에도 인권 문제를 포함시키고 있다.

과거 서독의 대(對)동독정책은 인권에 기반해 이뤄졌다. 지난 6월 16일 87세로 숨진 헬무트 콜 총리는 자신이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계승하는 이유를 인권에서 찾았다. 나치시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과거사 때문에 헌법 제1조가 인권 조항인 독일은 동독 주민의 인권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게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 자유로운 상호 방문과 프라이카우프(자유를 돈 주고 산다) 등의 인도적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콜 총리는 동독뿐만 아니라, 소련에도 인권 문제를 제기해 헬싱키 평화협정 체결 시 정치적·경제적 양보를 해주는 대신 인권 조항을 삽입했다. 당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서방으로부터 공산주의 체제를 인정받고 경제적 협력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지만, 이후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수세에 몰렸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 사회주의 동맹국에서 발생하는 인권과 자유화 시위에 물리력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요즈음 중국이 갈수록 한국을 상대로 강대국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드(THAAD) 문제를 보면 안보 이익에서 중국 우선주의를 강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할 말은 하는 대중(對中)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날 주권 개념이 약해지면서 타국의 인권침해를 외면하기 힘들어지고, 자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 국제사회가 인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적 의무가 강조되고 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 중국이나 북한의 인권은 외면해도 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도 국제인권협약에 가입 서명을 했다. 우리 정부가 중·북의 인권 문제에 일관성 있는 비판을 하면,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억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이라는 비문명적인 제도를 가진 북한과 결코 똑같이 취급받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