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일시중단>“사패산·천성산 터널, 공론화로 손실 키웠다”

한수원 이사회 조사분석 결과

주요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해 도입했던 공론화 과정이 오히려 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제7차 이사회(신고리 5·6호기 건설일시중단 의결)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 분쟁과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사업 관련 소송분쟁 등 두 가지 조사를 분석했다.

한수원의 조사결과, 사패산 터널 공사는 1989년 수도권 주변 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시작됐지만, 2001년 11월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저지 농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대안 노선 검토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고 2003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공론조사’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불교계가 응하지 않아 공론화위원회 구성 자체가 불발됐고 노 대통령이 직접 해인사에서 불교계와 담판을 지어 2003년 12월 24일 공사가 재개됐다.

한수원은 “사회적 갈등을 더 심화시켰고 또 2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면서 결과적으로 약 5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사업의 경우 노선이 1990년 확정됐지만, 2003년 2월 지율스님이 공사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환경훼손과 지하수 고갈 등을 이유로 천성산 터널 백지화를 공약한 노 대통령은 2003년 3월 터널 공사 중단과 대안 노선 검토를 지시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안 노선 및 기존 노선 검토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지만, 위원들이 의견에 합의하지 못하고 위원별 개인의견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이어 국무총리 산하 국정 현안 정책조정위원회는 2003년 9월 기존 노선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지율스님이 2차 단식에 돌입하며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은 결국 2006년 6월 대법원에서 기각됐고 터널은 2007년 11월 굴착을 완료했다.

경주=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